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구에서 자라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및 서양화를 전공한 양순열은 이번에 ‘상상세계의 문설주에 기대다’라는 타이틀로 꿈과 환상으로 가득찬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 내 100여평에 달하는 갤러리A,B관을 가득 채운 양순열의 대형 회화와 설치작품, 오브제 등 40여점의 작품은 양순열이 그간 다져온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두루 음미해보게 한다.
상상세계의 시공간을 다룬 회화, 인간의 꿈과 환상을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화폭으로 표현한 작업, 인간의 고정 관념을 살짝 비튼 설치및 오브제 작업 등을 통해 작가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우선 신선한 발상이 흥미를 돋우는 오브제 작업이 여럿 출품됐다. 평범한 나무의자이나, 앉아야 할 자리엔 가느다란 철사가 X자로 쳐져 있어 결코 앉을 수 없는 ‘아버지의 의자’는 한시도 편히 앉을 새 없이 일만 하다 떠난 이 땅의 아버지들을 은유한 오브제 작업이다.
또 공사장이나 작업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차용한 또다른 오브제 작업인 ‘안전모’는 오늘의 한국을 일으킨 산업역군의 이미지를 축약해 보여준다. 작가는 "지금 이렇게 발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땀 흘린 수많은 아버지들과 일꾼들에게 미술가로서 바치는 작업들"이라고 밝혔다.
전시에는 회화도 여러 점 출품됐다. ‘꿈과 사랑’ ‘꿈과 사랑-SY미술관’ 등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관심, 인간과 인간의 관계 등을 초현실적이면서도 형상이 살아있게 그린 작품들이다. 작가는 동양화 작업을 10여년 넘게 해오다가 인간 본질을 보다 심도있게 표현하기 위해 서양화 및 설치, 개념미술로 작업을 전환했다. 이후 ‘사람으로 태어나다’를 주제로 작업했으며, 지난 2007년에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타이틀로, 올들어 서울 안국동 아트링크 갤러리에서는 ‘시간의 바다를 깨우다’라는 타이틀로 각각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인터불고호텔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8월 27일)에 앞서 외국 관계자및 각계 인사, 언론인 등이 속속 입국해 체류 중이어서 양순열의 이번 개인전은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053)602-7311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