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해외 투어와 음반 발매 등은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입증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연간 140여회에 달하는 공연 횟수에, 말러 시리즈와 같은 정기연주회를 연초부터 매진시키며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였다. 그리고 서울시향은 8월 19~27일 4개국(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코틀랜드, 독일) 유럽 투어로 새로운 도전의 항해를 떠난다. 서울시향을 이끄는 두 선장, 김주호(51) 대표와 정명훈(58) 예술감독을 지난달 27일 각각 인터뷰했다.
◇김주호 대표
-서울시향 대표로 취임한 지 3년째다. 취임 시 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운도 좋았다. 올해 국내 최초로 DG와 음반을 내는 등 좋은 일이 많았다. 이제 아시아 톱클래스에 속한다고 본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4개국 유럽 투어를 떠난다.
▶해외 투어를 처음 하고자 했을 때, 정명훈 감독은 4~5년 더 다듬어서 나가자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국내 경쟁자는 없고 아시아에서 더 좋은 위치에 올라서려면 기회가 있을 때 해외에 선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 감독 같은 완벽주의 예술가가 보기엔 무리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유럽 투어로 얻은 점이 있다면.
▶이제 세계무대의 영향력 있는 메인 스트림에 진입하고 있다. 올해 에든버러에 가는데,이제 한 계단 정도 (올라갈 일이) 남은 것 같다. ‘루체른 페스티벌’이나 ‘BBC 프롬스’ 같은 무대에 오르면 이후엔 안정적으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투어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서울시 지원금 외에 재원 조달은 어떻게 하나.
▶기업 후원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유럽 투어도 현대자동차의 지원 덕에 가능했다. 비용의 절반을 현대 측이 지원한다. 엄청난 규모의 기업 메세나다.
-세계적으로 아시아 오케스트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유럽은 클래식 음악의 탄생지이고 주류 시장인데, 사람으로 치면 노년층에 가깝다. 앞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인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아시아 특유의 신선한 매력이 있고,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도 있다.
-시향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연주 횟수, 예산, 프로그램의 양과 질, 음반 발매를 보면 시향은 좋은 오케스트라다. 또 이번에 DG와 음반을 낸 것도 교향악단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데에 빛나는 성과다.
-도이치그라모폰과 음반계약 성사는 어떻게 됐나.
▶정 감독의 의지가 강했다. 이전에도 몇몇 레이블과 계약할 기회는 있었는데, 정 감독이 이왕 할 거면 세계 톱클래스와 (음반을)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베를린 공연 이후, 정 감독도 ‘이 정도면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이후에 적극 추진했고 성사됐다.
-예술적 리더십인 정 감독과 항상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다. 어떻게 소통하나.
▶CEO와 예술감독은 우선순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시향 발전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니까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편이다.
◇정명훈 예술감독
-서울시향 예술감독 취임 6년째다. 객관적인 눈으로 얼마나 기량이 상승했나.
▶솔직히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는 아니다. 그래도 그다음 레벨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7년 전 수준은 4번째 레벨(바닥)이었는데 많이 상승했다.
-다른 레이블과 계약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도이치그라모폰과 계약을 고집했다고 들었다.
▶DG와 음반을 내는 것은 야구로 비유하자면 메이저리그에 들어간 것이다. 솔직히 우리보다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수십개다. 그럼에도 DG가 우리와 계약을 한 것은 시향의 미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제 유럽 오케스트라는 발전 잠재력과 희망이 있는 오케스트라가 거의 없다. 아주 잘하지만 더 내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인데, 우리는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정 감독과 서울시향에 유럽 투어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에게 투어는 일종의 테스트이자 도전이다. 투어를 하면서 뜻밖의 성취를 얻기도 한다. 유럽 투어 레퍼토리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과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을 선정했다. 유럽 연주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그걸 연주한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지만, 도전에 큰 의미가 있다.
-유럽 투어 시기를 미루자고 했는데.
▶나는 항상 조심스럽고 준비가 철저한 사람이다.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면서도 투어를 결정한 것은 서울시향이 한 계단씩 발전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 후원금을 모으느라 애쓴다는 얘기를 들었다.
▶솔직히 현대자동차, 하나금융그룹, 우리은행, 우리금융그룹 등 기업 후원이 없으면 투어는커녕 정기공연도 쉽지 않다. 나는 원래 도와 달라는 말을 못하는 성격인데 요즘엔 손 내밀러 다니는 게 일이다. 하지만 시향 발전을 위한 거니까 한다.
-8월 초로 예정된 ‘아시아 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한중일 투어’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시작한 지 15년 됐다. 한ㆍ중ㆍ일 3국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하모니를 이룬다. 올해 특별히 한ㆍ중ㆍ일 세 나라를 돌며 연주할 계획이다. 음악을 공통분모로 아시아 음악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시작했다. 다소 문화적 충돌이 있더라도 음악을 얘기할 땐 차이가 없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ㆍ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