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중광스님은 서예, 현대미술, 도자기, 시, 영화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예술혼을 불태웠다. 미국 버클리대 랭커스터 교수는 그의 달마도에 반한 나머지 ’동양의 피카소’라 칭송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정작 작품성 보다는 삶에 더 촛점이 맞춰졌던 것이 사실. 이번 특별전은 중광스님의 예술세계를 다시금 짚어보고, 음미해보는 자리다.
총 150점의 출품작은 ‘만물(萬物)이 부처다’ ‘만법귀일(萬法歸一)-모든 법은 하나로 통한다’ ‘나는 누구인가’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내걸렸다.
내년이 타계 10주기인 중광스님은 거침없는 붓질로 선화(禪畵)에서 독보적 경지를 구축했다. 굵은 붓으로 달마와 학을 휙휙 그려내려간 선화와 글씨는 그 거침없는 자유로움이 지금 봐도 일품이다. 동심의 세계를 담은 동자 시리즈에선 어린아이 같은 맑고 천진난만한 심성이 오롯이 전해진다. 전시에는 아크릴과 브러시로 그린 추상과 구상의 유화작품, 도자기, 테라코타 등도 출품됐다. 스님이 직접 쓴 시 원고, 행위예술 모습을 담은 사진, 스님이 출연한 영화 ‘허튼소리’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중광은 생전에 종단과 예술계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됐지만 종교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종교인, 예술가와 두루 친분을 쌓았다. 머리에 작은 새가 앉아있는 중광스님의 옆모습을 그린 장욱진 화백의 ‘중광이다’도 찬조출품돼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스님이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에서 낭송한 “나는 걸레/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사는 게다”라는 내용의 자작시 ‘나는 걸레’나 생전에 스님이 입고 다녔던 해진 옷도 전시장 한 켠에 나왔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중광에 대해 일반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그의 기행 뿐이지만 그는 예술의 본질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었던 인물”이라며“주변 평가를 개의치않고 예술의 길을 그답게 실천했다”고 평했다. 8월6일 오후 2시에는 김수용 감독이 "나는 왜 ‘허튼소리‘를 만들었나"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펼친다 전시는 8월21일까지.02)580-130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