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희경이 첫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달)을 냈다. 등단 후 만 15년만이다. 은씨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첫 산문집을 낸 낯설고 신인같은 설렘을 털어놨다. ‘생각의 일요일’들은 은 씨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문학동네 웹진에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하면서 소설과 함께 매일 독자들에게 올린 편지글과 트윗글을 엮은 것이다.
적확하고 새로운 말을 고르며 엄격하고 냉정한 글쓰기로 잘 알려진 은 씨가 자신을 대중들에게 열어보인 건 이 때가 처음. 소설쓰는 것도 숨어서 할 정도로 스스로를 가두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인터넷 연재소설과 트위터로 자신을 드러낸 건 의외였다.
그런 만큼 이번 산문집의 의미 역시 남다르다. 다른 글,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은 씨는 이번 작업을 “마치 일기장을 공개한 것과 같다”며 “봐줬으면 하는 마음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글 쓰는 공간에 대한 강박이 심한 그는 소설을 연재한 7개월 동안 장소를 5군데나 옮겨다녔다. 연희문학창작촌과 토지문화재단, 일산 작업실, 시애틀과 독일 등. 그러나 이는 단지 작가의 변덕때문만은 아니다. 캐릭터의 심리에 다가가기 위한 철저함이다.
‘생각의 일요일’들은 제목만큼이나 풀어져 있다. 소설을 쓸 때의 기분, 날씨,옷과 신발, 음악, 좋아하는 후배작가들과의 여행, 여행 중에 산 코털제거기 등 ‘이게 은희경이다’를 구성하는 온갖 질료들로 가득하다. 거기엔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 주량 같은 사소한 것부터 경험을 소설화하는 과정까지 그의 안과 밖을 상당부분 드러내고 있다. 은희경에 대한 모든 것, 은희경의 글쓰기 스타일과 문법쯤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공간 체험이 어떻게 자신의 소설에 반영되는지, 소설 쓸 때 방해가 되는 것,주인공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어떤 것들을 경험하는 지 등이 정색하고 쓴게 아니라서 더 도드라져 보인다.
산문집은 또 ‘소년을 위로해줘’란 한시적 소설쓰기 속에서 17살 캐릭터와 살아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년을 위로해줘’를 통해 은씨는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그건 가벼움과 유연함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가벼움과 유연함이 삼월 삼짇날 벽장에서 겨우내 묵었던 빨래 풀려나오듯 마구 풀려나왔다는 것이다. 산문집을 내기로 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은 씨는 지난해 3월 시작한 트위터 소감도 밝혔다. 처음엔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얘기들에 매력을 느꼈지만 이내 어디까지 노출해야 하나, 신경이 쓰이고 말을 조심해야 해서 오히려 작품활동에 방해가 돼 한때 끊었다고 밝혔다. 이젠 완급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트위터를 어두운 계단을 잠깐 밝혀주는 센서등에 비유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