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요즘 출판사 여기저기에서 도서로 한 권 정도는 펴낼만큼 많은 관심을 가지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 시대가 바뀌고 고생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엄마라는 이름은 언제나 무겁다. 김상중의 <어머니>(2011.사계절)를 읽으면서도 가장 흔하게 불려지는 이름이기도 하다.
저자 강상중은 1950년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현재는 도쿄대 정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도쿄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억척스런 여자였다. 16세 되던 해 봄, 소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남아 있던 이 처녀는 ‘강대우’라는 청년을 만나 알지도 못하는 운명에 몸을 떨었다.
언어도 거의 알아듣지 못하고 어깨너머로 배운대로 비상시의 생활난을 견뎌야 했던 조선의 새댁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마저 짓밟히고 쳐녀다운 부끄러움도 그 빛깔이 바래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눈이 붓도록 울면서 지냈는지 모른다. - 본문 발췌
한 여자가 진정한 어머니가 되어 가던 성장통이 느껴지는 듯하다. 16세란 어린 나이에 도쿄로 가면서, 어머니의 어머니와의 작별 그리고 전쟁의 경험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느껴진다.
비참한 광경과 낯선 땅에서 조센징으로 불려지며, 인간적인 선의를 베풀고 싶어도 그럴 여유 따위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세상의 차디찬 바람 속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마음도 황폐해져갔다. 그러나 저자의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만난 두 여인을 불쌍해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말을 던지며! 아마도 이 말은 불안하고, 힘든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혹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 아니였을까 싶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첫 째 아이를 잃고, 다시 환생한다고 믿었던 어머니, 아들의 앞날과 건강을 염려하는 진정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업가로서 자리를 잡고, 자녀들도 성장하여 결혼하고 손자들과 알콩달콩 살만하니까 죽음이 어머니를 모셔갔다.
이에 앞서 남편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여보 고마워요, 행복했어요.”라고 하는 말하는 장면 속에서 나도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생전에 글을 쓸 줄 몰라, 목소리로 테이프에 녹음을 해 두었다.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테이프를 들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울었을지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훌륭하지만, 저자의 어머니는 더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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