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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순의 고은 시인,첫 사랑 시집 내
팔순의 고은 시인이 비로소 첫 사랑 시집을 냈다. 아내 상화에게 바치는 ‘상화시편:행성의 사랑’(창비)은 개념적 추상적 사랑이 아닌 범부의 현실적 사랑가다. 50년 시 인생동안 그런 사랑을 짓거나 읽거나 한 적 없는 시인이다.

고은 시인은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랑의 노래라면 꿈을 노래하거나 기억으로 잃어버린 사랑을 노래하는데 나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의 지금 사랑이다”고 말했다.

시인은 80년대 사랑시를 쓰고 싶었는데 아내가 말렸다고 말했다. 늘 거리의 앞에 서 있던 시절이라 위화감이 클 것이라는 이유였다. 시인은 “신혼초에 사랑시가 나왔다면 더 좋은 게나왔을거다. 지금은 그것의 잔재같다“고 아쉬워했다.

사랑시들은 지극히 사적이다. 시인은 사(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모든 행위는 사적입니다. 우린 공동체는 위대하고 개인주의는 그렇지 않다는 상투적 생각을 갖고 있는데 사(私)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사를 정말로 존중해야 공(公)도 모독당하지 않는거에요 ”

115편의 시들은 퇴근하는 아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오는 범부의 즐거움, 둘만의 조촐한 저녁식사의 행복, 아내에게 혼났을 때의 모습, 아내를 기다리며 라면을 먹는 일 등 미소를 머금게 하는 평범한 일상의 시인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러나 시인은 사랑시들이 둘만의 사사로운 것으로 끝나지 않고 널리 읽히길 바랬다.

115편의 사랑시들로 엮인 시집의 표지는 시인이 아내의 생일날 그려준 그림이다. 헤어날 길없는 환한 꽃밭을 형상화한 것으로 시인의 아내안에서의 지극한 행복이 담겼다.

시인은 1983년 5월5일아내와 결혼했다. 영문학박사인 아내와의 결혼을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만남’이라고 백낙청교수는 불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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