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의 날이었다.
남여 성악 1위(박종민, 서선영), 피아노 2,3위(손열음, 조성진),바이올린 3위(이지혜).
국내 음악 콩쿠르가 아닌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거둔 성적이다. 한 대회에 동시 참가해 5명이나 수상한 것은 한국 클래식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성악은 남녀 부문 1위를 휩쓸었다. 베이스 박종민(24ㆍ이탈리아 라 스칼라 아카데미 극장)과 소프라노 서선영(27ㆍ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이 성악 부문을 석권했다.
네 부문 중에서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의 쾌거도 돋보인다. 2위를 차지한 손열음(25ㆍ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은 실내악 협주곡 최고연주상, 콩쿠르 위촉작품 최고 연주상까지 거머쥐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1997년 금호영재로 발탁되면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온 손열음은 최근 가장 돋보이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손열음의 뒤를 이어 서울예고에 재학중인 조성진(17)이 3위를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10대 고등학생으로 이번 콩쿠르에서 수상한 그는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반짝이는 젊은 피아니스트다.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이지혜(25ㆍ독일 크론베르그 아카데미)가 3위에 올랐다.
올해 부문별 입상자는 3년간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무대에서 연주 기회를 갖게된다. 더불어 각 분야 우승자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가 주어진다.
1958년 창설된 이후, 4년에 한번 열리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부문에서 개최된다. 피아니스트 반 크라이번, 브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등 세계 저명 음악가들을 배출했다. 그동안 한국계를 포함한 역대 한국인 최상위 입상자로는 피아노 부문의 정명훈 2위(1974년, 미국 국적), 바이올린 제니퍼 고 2위(1994년, 미국 국적), 성악의 최현수 1위(1990년, 미국 국적)가 있으며 그 밖에 피아노의 임동민(2002년), 임동혁 형제(2007년)가 각각 5위와 4위를, 2007년 바이올린 부문에서 윤소영과 신현수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밤새 콩쿠르의 결과를 지켜본 음악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반응을 쏟아냈다. “젊은 음악가들이 이번에 거둔 성적은 한국 클래식 음악사를 다시 쓰기에 충분하다”, “클래식 한류라 할만 하다. 정명훈, 김선욱에 이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등의 글을 올렸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