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인문학(최진석 외 지음/휴머니스트)=인문학이 ‘위기’ 진단을 받은 지 오래지 않아 대중화를 명목으로 흡사 부흥회라도 열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불온함을 거세당한 인문학,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처럼 ‘문화적 교양’을 뽐내기 위해 소비되는 인문학은 되레 인문학을 궁지로 몰 뿐이다. 권력과 체제에 길든 ‘설탕발림’ 인문학에 대한 ‘수유 너머’ 연구원들의 비판이 날카롭다. 전복성과 급진성의 날을 잔뜩 벼린, 참인문학을 위한 반(反)인문학 선언서다.
▷가족의 목소리(대니얼 고틀립 지음/정신아 옮김/문학동네)=자폐증 손자에게 들려주는 성찰의 이야기 ‘샘에게 보내는 편지’로 큰 호응을 얻었던 대니얼 고틀립의 신작. 저자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사연을 다듬어 묶었다. 자신의 권위를 버리고, 명함에 새긴 소개처럼 ‘사람(Human)’으로서 나눈 대화가 포근하고 따스하다. 이혼, 장애 등 흉금을 터놓은 상담으로 공감, 치유의 과정으로 이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가족은 없다’는 교훈이 새삼스럽지만 묵직하다.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김용택ㆍ이은영 지음/마음산책)=“당신이 그리워서 좋습니다. 오래도록 같이 살아온 당신이 그리워서 오늘은 행복했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아내 이은영의 살가운 편지다. 아이 교육 문제로 부부는 두 달간 떨어져 지내게 됐다. 어느 날 아내의 편지가 도착하고 시인은 거기에 답장을 보내면서 사소한 얘기, 지나온 삶을 편지로 주고받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이해, 사랑이 거창한 수사 대신 소소한 일상에 묻어 은은하게 배어 나온다.
▷홍수(르 클레지오 지음/신미경 옮김/문학동네)=노벨상 수상 작가로 우뚝 선 르 클레지오의 청년 시절 작품. “군에 입대하기 전 느꼈던 엄청난 긴장감을 배출시킬 수 있는 폭풍우 같은 책, 내 청년기의 영혼을 표출시킨 책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 그대로, 존재와 사물, 관계, 그 이면을 드러내고자 하는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한다. 기성 가치를 철저히 불신하며 부모, 연인, 친구, 그 누구와도 깊이 연결되지 않은 프랑수아 베송의 12일간의 이야기는 고요하되 섬뜩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정물화처럼 그려진다. 종국에는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존재로 베송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안나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뿐.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의 암시 같은 작품이다.
▷일하기 멘토링(시노하라 요시코 지음/한은미 옮김/참나무)=고졸 학력에 이혼 한 번, 실직 두 번. 도무지 성공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이력의 주인공은 시노하라 요시코, 일본의 인재 파견업체 템프스텝의 사장이다. 39세의 나이에 8평짜리 원룸에서 창업해 경제전문지 ‘포천’이 꼽은 ‘세계 최고의 여성 CEO 50인’에 11년 연속 이름을 올린 그녀의 성공담과 경영철학을 담았다. 체험과 현장에 발 디딘 진솔한 조언이 피부에 와 닿는다.
▷마틴 셀리그만의 플로리시(마틴 셀리그만 지음/우문식 외 옮김/물푸레)=“2015년이면 전 지구인의 51%가 플로리시한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의 예언은 단지 물질적인 측면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그는 행복, 웰빙은 훈련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교육이 중요하다. 부정적 정서를 다루는 방법과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일상의 반응들을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이 가져온 효과에 관한 다양한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실용, 취미, 아동
▷글리머(워렌 버거 지음/오유경ㆍ김소연 옮김/세미콜론)=흔히 ‘디자인’을 ‘스타일’과 동일시하기 쉽다. 이때 디자인은 본질이 아닌 외양이나 부차적인 것에 머물고 만다. 저자는 디자인의 의미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방식”으로 재정립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글리머 운동’이란 이러한 디자인의 가능성에 불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바보 같은 질문하기, 파고들기 등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의 10가지 원칙과 사례가 상세하다.
▷금요일 골목길의 공포(황문숙 글/김이랑 그림/아이세움)=두 명의 초등학생이 금요일마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골목길 연쇄강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학심리추리동화 시리즈. 사람의 마음과 행동 분석에 능한 소년 ‘한마음’과 풍부한 과학지식으로 무장한 소녀 ‘이지성’을 통해 과학지식과 인성덕목을 꾀하는 통합 교과 체제를 만화로 구현했다. 이야기 중간중간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을 실어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배려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김기훈 기자(ki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