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산다. 그 관계 속에서 아픔을 느끼기도 하고, 행복함을 느끼기도 한다. 좋은 관계, 나쁜 관계를 맺으면서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하지 않나 싶다. 다양한 관계를 통해서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김민아 작가의 <엄마 없다>(끌레마. 2011)를 읽으면서 내가 맺고 있는 지금의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물론 가슴 아팠던 과거의 사람들도 있었고,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도 있었다. 추억을 곱씹게도 해주고 현실에서 맺고 있는 사람들, 미래에 맺어질 사람들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김민아 작가는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상담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2003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상담․교육 업무를 거쳐 지금은 인권영화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인권에 대해 다룬<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가 있다.
2011년 6월 7일에 발행된 <엄마 없다>는 태어나면서 미혼모에게 버려진 아픔을 겪은 아이가 또 다른 엄마를 만나면서 행복감을 맛보고, 다섯 살에 또 다른 동생 등장으로 엄마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짐을 느낀다. 어린 동생 쪽으로 돌아누운 엄마의 등을 바라보며, “그 등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바람막이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세상이라는 벽이었어요.” 넓은 세상에 혼자라는 막막함을 느낀 ‘엄마 없다’ 이야기를 비롯해 열 한편의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관계를 생각하게 하면서 가장 눈길을 끌고, 감정이입이 된 이야기는 이혼한 며느리와 전 남편의 시어머니 관계 ‘목욕 친구’였다.
3층짜리 다가가 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목욕을 갔다. 목욕탕에서 만난 전 남편의 시어머니와 서로 등을 밀어주며, 그간의 안부를 나누고 헤어진다. 바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아침 전 남편의 시어머니가 목욕탕을 가자며 찾아와 함께 갔다. 목욕탕에서 나눈 대화 중에 “난 어쩐지 딸보다 며느리인 네가 편했다. 딸년들은 이것저것 바라는 게 많아. 내가 해줄 수 없는 걸 자꾸 바란단 말이야. 엄마가 무슨 죄인이냐? 툭하면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엄마는, 엄마는, 엄마는.... 제길, 그렇게 지들 마음에 꼭 드는 엄마를 바랄 거였으면 지들이 직접 엄마를 고르든가. 너는 내게 보채는 일이 없어서 좋았어” 무뚝뚝한 시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절여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가족이 오히려 남보다 못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현실에서도 기정사실임을 공감하는 바이다. ‘목욕 친구’도 같은 이야기며, 사장과 여직원의 이야기를 실은‘지급 명세서’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교통사고로 응급상황에 놓인 사장의 병상을 지킨 것은 여직원이었다. 하지만, 이 여직원에게도 치매 걸린 아버지가 있다. 자신에 아버지는 돌보아 주지 못하면서 사장의 병상을 지키는 여직원을 보면서, 사장의 가족들을 보면서 가장 친밀한 가족의 관계도 절대적일 순 없는 것이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에서 전화통화로 상담사에게 자신의 처한 상황과 심정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상담사를 찾아간다. 찾아간 그 여자는 바람핀 남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왔다는 이야기 끝에 "그래서 선생님께 전화한 거예요."로 나온다. 하지만, 현상황은 전화가 아니라 본인이 상담자와 마주 앉아 있는데, 전화라니?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 왔어요."로 바꿔야 했다.
214페이지 '경혈'에서는 '경락이고 부른다' 표현은 '경락이라고 부른다'였는데, 철자가 빠진 듯하다. 내용만큼은 쉽게 공감할 수 있기에 책장이 술술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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