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교환하는 동반자

개·고양이에 투영된 자아…

인간과의 긴밀한 관계 해석




흰 양을 든 파키스탄 와키족 소녀의 눈(眼)은 양의 눈과 똑 닮았다. 소녀는 그 맑고 순정한 눈으로 양과 무시로 대화를 나눌 것이다.

구제역 파동으로 한국인에게도 동물이 어느 때보다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복잡다단한 관계성을 조망한 미술전이 열린다. 이름 하여 ‘애니멀리어(Animalier)’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은 29일~8월 17일 인간과 공생하는 하나의 실체로서 동물을 대하는 대안적 시선을 공유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타이틀의 ‘Animalier’란 19세기 프랑스 미술에서 동물을 주요 제재로 다뤘던 화가와 조각가에게 붙여졌던 호칭. 이번 전시에선 동물과 인간 간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키워드다.

동물은 수만년, 아니 수십만년 전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주제다. 고대 인류가 동굴 벽화에 남긴 것도 모두 소 그림이다. 뿐만 아니라 고도문명화된 시대에선 동물이 애완으로 인간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동물이 인간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지기도 한다. 전시는 이처럼 다양한 맥락 안에서 끝없이 회자돼온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시각예술의 틀 안에서 조망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관계성을 조망한 작품을 모은 ‘애니멀리어’전에 출품된 이종선의 사진‘ 양을 안은 와키족 소녀’. 소녀의 맑은 눈과 양의 눈이 똑 닮았다.

참여 작가는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의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곽수연, 금중기, 김남표, 박종호, 성유진, 송상희, 양승수, 이종선, 임만혁, 정정엽 등 10명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상상력으로 동물과 인간, 반인반묘, 동물에 투영된 자아 등의 이슈를 풀어냈다. 총 출품작은 35점.

전시는 ▷인간의 동반자 ▷동물을 통한 자아성찰 ▷도구로서의 동물 ▷반인반수-경계적 존재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예술작품에서 동물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피기보다는, 현대예술가들이 동물과 인간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형상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인도, 파키스탄, 티베트를 오가며 작업하는 사진가 이종선은 ‘Men & Animals’ 시리즈에서 인간과 동물이 가족처럼 서로의 내면을 교환할 수 있는 반려자임을 보여준다. 반면에 우리에 갇힌 돼지를 그리는 박종호에게 돼지는 스스로의 상징체이자, 콤플렉스의 총체다. 또 전통민화에 개와 고양이를 그려넣는 곽수연에게도 ‘화면 밖을 응시하는 개’는 곧 작가 자신이다.

동물을 통해 자연 생태와 환경의 문제를 조망한 작업도 나왔다. 조각가 금중기는 인간의 머리를 관통한 사슴, 섬에 갇힌 어린 사자 등을 통해 ‘원시성의 회복’을 질문한다. 투견 경기에 나갈 개가 트레드밀 위를 끝없이 달리다가 결국 혼절하는 장면을 담은 양승수의 영상 작업은 인간의 엽기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관람료 일반 3000원.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