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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 공주님의 다이어트 성공기…‘예나 지금이나 외모지상주의’
이것은 한 여자의 다이어트 성공기다. 조금 특별한 여자, 시간은 거슬러 올라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이 살아숨쉬는 나라’ 백제로 가야한다. 신분도 한없이 올라 공주가 된다.

만화같은 상상력에 ‘미녀는 괴로워’ 풍의 스토리가 뒤섞였다. 드라마 스페셜로는 흥미롭기 그지 없으며 찌는 여름이 다가올 무렵 자극이 되기에도 더없이 좋은 소재다. 여기에 한가지 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세태에 대한 코믹한 풍자는 가벼운 경종을 울릴 만한 드라마 ‘화평공주 체중감량사(극본 김은령 연출 송현욱ㆍKBS2)’다.

이미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가수 겸 배우 유진의 ‘뚱녀’ 변신은 누리꾼 사이에서 ‘특수분장의 끝’을 보여준다며 극찬을 받았다. 

방송이 마침내 시작되자 비만한 공주로 변신한 유진은 그 우아하고 가녀린 말투만은 변함없으나 걸신이 들린 듯 음식을 집어먹고,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이 같은 드라마가 등장한 시점은 참으로 적절했다. 외모가 마음을 지배하는 세상, 하루가 멀다 하고 ‘하의실종’ 패션이 판을 치고 쏟아지는 걸그룹 멤버들의 외모를 평가하기에 급급한 세상, 인형몸매로 각광받는 걸그룹의 멤버도 밥 대신 수박을 먹는 세상, 마네킹몸매가 대세인 이 때, 게다가 이 장마가 지나면 찌는 듯한 여름이 오니 ‘다이어트’ 드라마가 돌연 등장한 것이다.

드라마로 들어가보니 가진 것이라곤 잘난 얼굴과 몸매밖에 없는 시녀는 그것을 무기로 뚱뚱하고 못생긴 공주를 무시하고 능멸하기에 이른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단지 남들보다 체중이 더 나갈 뿐인 공주는 그로 인해 다 가진 세상 아래 가장 불행한 공주가 된다. 그것은 처음으로 마음에 둔 사랑을 가장 아낀 시녀에게 빼앗겨버린 여인의 마음이다.

흥겨운 사극이다. 공주의 ‘체중감량사’에 ‘흥보가 기가 막혀(가수 육각수)’를 떠올릴 법한 OST가 흐른다. 랩이기도 하고 타령이기도 한 노래가 공주의 시간대별 다이어트기를 써내려갔다. 거기에 드라마 곳곳 컴퓨터 그래픽이 내려앉았으며 현대어는 백제시대의 용어로 새롭게 태어났다(예:레드썬→붉은해 : 다이어트 하는 공주에게 모든 음식을 구더기로 보이게 하는 지책사(류승수)의 최면요법). 이제 이쯤에서 드라마는 단지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어버린 남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노력도 시작한다.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자신을 버린 부마를 향한 복수의 시작이다. 

변신은 빠르다. 어느새 미모를 되찾은 공주는 자신을 버린 부마를 향한 복수를 해야하나 워낙에 강직한 성품은 이들의 관계를 눈치챈 왕(이원종, 공주의 오라버니)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한 부마(최대철)와 시녀(한유이)를 함께 살리고 궁에서 쫓겨나기에 이른다.

드라마는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어차피 단타로 끝내야 하는 단막극 신분, 여기에서 드라마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나아간다. 사랑을 얻고 나니 여자는 다시 살이 찌기 시작한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던 남자는 호되게 데어버리고 나니 개과천선을 하고, 예뻐진 공주는 결국 사랑을 얻었다. 물론 몸매는 원상복귀됐지만 말이다.

드라마는 이렇게 끝이다. 익숙한 스토리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 참신함을 더했고 경쾌한 호흡의 빠른 전개는 늦은 시간대의 집중력을 높였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로 얼룩진 드라마가 만연한 때에 뻔한 듯 하지만 밝고 유쾌한 드라마 한 편이 여름밤을 달궜다. 시청자들은 “‘미녀는 괴로워’ 사극판, 재밌지만 씁쓸한 기분이다. 살 안 빼고 사랑받는 스토리는 없나. 내일도 사과, 두부, 방울토마토 먹을 통통녀의 한숨(@felicific719)”, “극에 삽입된 타령과 힙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OST 멋졌다(@stonysuh)”, “옛날이나 지금이나 외모지상...결국 마음을 알고 해피엔딩이었지만 공주가 살을 빼서 마음을 알게된 거니까 좀 슬픈 현실(@socialhj)”이라는 반응으로 드라마 시청소감을 전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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