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문화미디어 기업 (주)아트데이와 명품 홈컬렉션 브랜드인 베르사체 홈(Versace Home)의 ’아뜰리에 아키’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5일까지 열린다.
전시 타이틀은 ’인연의 기억을 품은 달항아리’.
달을 닮아 ’달항아리’로 불리는 조선백자의 둥글고 원만한 선을 담백하게 살리면서도, 최 작가는 달항아리 몸체에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무수히 많은 선들을 교차시켜왔기 때문에 이같은 제목이 붙여졌다. 도자기 표면에 발린 유약이 고온의 가마 속에서 구워질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빙열을 표현한 선들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 또는 인간 삶의 편린이자 추억을 상징한다.
최영욱 작가의 회화 작품이 지난해 12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컬렉션된 것도 바로 이 ’빙열’ 때문이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아트컬렉션 담당자는 작년말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스코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출품된 최영욱의 달항아리 회화에 매료돼 3점을 주문했다.
당시 담당자는 최영욱의 달 항아리에서 받은 ’깊은 느낌’에 홀린 듯 끌렸고, 이후 페어장을 연거풔 찾아 무덤한 한듯한 작품 속의 가느다란 선들이 볼수록 그윽함을 선사해 최종적으로 컬렉션 리스트에 올리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작가는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그린다. 나 역시 달항아리의 넉넉한 미감을 그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도자기 안에 우리 인생사를 담는다는 점이다. 도자기 속 가는 선들은 인생의 여러 길 같다. 갈라지며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엇갈린 듯하면서 결국 하나로 만난다”며 작품에 이같은 인간 삶의 희노애락과 인연을 투영시켰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를 위해 캔버스에 젯소(물감을 잘 입히기 위한 바탕자료)를 바른 후 물감을 여러 겹 쌓아올리며 달 항아리 형상을 만든다. 그리곤 연필로 선을 긋거나, 동양화 물감으로 크고 작은 응어리를 만들어가며 달 항아리 속에 갖가지 ‘인견과 추억’을 새겨 넣고 있다.
따라서 마치 크랙처럼 보이는 여러 선과 흔적들은 시공을 초월해 ’삶의 불가사해함’을 드러내는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부드러운 응어리들은 구름으로, 또 인간 삶의 흔적으로 다가온다. 070-4402-7710(아뜰리에 아키), 02)3210-2255(아트데이)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