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과 매번 대립하는 악역의 존재는 동서를 망론하고 모든 이야기에 항상 등장하는 캐릭터다. 또 권선징악을 내세우는 스토리 상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의 활약은 최근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데 악역전문 배우라는 말도 생겨나, 악역을 소름 끼치도록 소화하는 배우들의 매력에 관객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는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겸비하고 강렬한 락 사운드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악역 대주교 콜로레도가 등장한다. 그는 대주교라는 권력을 이용해 순수한 예술가이고자 했던 모차르트의 재능을 억압하고 탄압한다. 극중 주인공 모차르트와 대립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소화하고 있는 민영기, 이정열 두 배우는 치졸하거나 간사한 느낌의 악역이 아닌 여심을 흔드는 나쁜 남자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두 배우는 권력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거만한 몸짓, 상대를 제압하는 표정, 극장을 꽉 채우는 강렬한 목소리와 모차르트의 음악에 반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캐릭터로 자리잡은 것.
뮤지컬 ‘모차르트!’뿐 아니라 꾸준히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삼총사’와 뮤지컬 ‘햄릿’등의 인기 뮤지컬에서도 악역의 활약은 극의 재미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삼총사’에서 권력에 야욕을 품은 추기경의 활약으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며, 세 남자의 우정과 의리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된다. 또 뮤지컬 ‘햄릿’에서는 자신의 형을 죽이고 그의 부인, 형수와 결혼한 클라디우스가 등장하여, 작품의 긴장감은 물론 전체 줄거리 속의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색다른 재미로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처럼 악역열전이 빛을 발하고 있는 이유는 악역을 재조명하는 현 시대적인 변화에 있다. 작품 속의 악역은 단순히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이 아닌 캐릭터에 스토리를 강화해 그의 시선에서 주인공을 또 한 번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유와 사연 없는 악역 없듯, 악역에도 이유와 스토리를 줘 시대적인 상황과 캐릭터를 조화롭게 다루고 있는 작품 속의 악역들! 폭발적인 가창력을 겸비한 매력적인 악역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뮤지컬 ‘모차르트!’의 두 남자 민영기와 이정열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내 운명피하고 싶어’, ‘나는 나는 음악’, ‘황금별’ 등 주옥 같은 곡들을 만날 수 있는 뮤지컬 ‘모차르트!’는 작년 초연을 시작으로 1년간의 준비기간 끝에 더욱 탄탄해진 구성과 스토리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공연은 성남아트센터에서 7월 3일까지.심우근 기자/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