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녀 품바’가 화제였다. 지난 30년간 아빠가 살아온 ‘품바’의 인생을 딸이 이어받은 것. 올해 30주년을 맞는 ‘품바’ 공연에선 원작자 고(故) 김시라의 딸 김추리가 무대에 오른다.
피가 남다르다는 말, ‘끼’는 못 속인다는 말, 유독 예술 분야에서는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어떠한 노력보다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 예술계의 특성 탓에 알고 보면 같은 DNA로 묶인 인사들이 적지 않다. 클래식 음악, 연극, 뮤지컬, 발레, 국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인 예술인들의 가족 계보도를 정리해봤다.
[사진=정트리오(좌)-진은숙(우)] |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 진은숙도 진중권 문화평론가와 남매지간이다. 그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작곡가다. 2004년 음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생존 작곡가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아널드 쇤베르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는 언니 신아라(서울시향 부악장)와 자매 바이올리니스트다. 이 자매를 이야기할 때는 늘 ‘국내파’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자매는 해외 유학이 아닌 오직 국내에서만 실력을 갈고 닦아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사진=미샤 마야스키와 딸 릴리 마이스키(좌)-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와 장남 보브카 아슈케나지(우)] |
해외 클래식 음악가들도 가족으로 엮인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장한나의 스승으로 유명한 미샤 마이스키는 얼마 전 내한 무대에서 딸 릴리(피아노), 아들 사샤(바이올린)와 협연을 선보였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지휘ㆍ피아노)와 보브카 아슈케나지(피아노) 부자도 널리 알려진 음악인 가족. 아슈케나지 부자는 오는 10월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동안 지휘에 몰두해온 아슈케나지가 피아노 앞에 앉아 그의 아들과 호흡을 맞추는 무대로, 국내서는 최초 공개된다.
[사진=김성녀-손진책] |
특히 김성녀의 외가는 연극계에서도 유명한 예술가 가족으로, 어머니는 여성국극 스타 고(故) 박옥진 씨다. 그의 외가는 진도의 유명한 예인 가문으로, 대금산조를 처음 만든 박종기 명인, 인간문화재 박병천 선생 등 예술적 기질로 가득한 피를 타고났다.
연극계 대부인 배우 최종원도 큰딸 최나래가 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나래는 뮤지컬 ‘즐거운 인생’ ‘굿바이 걸’ 등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로 타고난 ‘끼’와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의 여 주인공으로 데뷔한 송상은 역시 배우 송영창의 딸로, 부녀가 한 작품에 동반 출연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원로 배우인 오현경-윤소정 부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부 배우. 딸 오지애가 부모의 ‘끼’를 물려받아 배우가 됐다. 전무송은 딸 전현아가 그의 길을 물려받았으며, 사위 역시 아역 탤런트 출신 김진만이다. 이들 가족은 같은 연극에 동반 출연하며 돈독한 가족애를 보이기도 했다. 그 밖에 뮤지컬 배우 김우형ㆍ김아선 남매, 연극배우 김금지(엄마)ㆍ조성덕(아들) 커플도 있다.
[사진=발레리나 박나리-박슬기 자매] |
국립발레단에 나란히 입단한 자매 발레리나 박나리ㆍ슬기, 형제 발레리노 김경식ㆍ윤식도 화제의 인물이다.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도 큰딸을 자신과 같은 발레리나로 키워냈다. 최 단장의 딸 최리나는 얼마 전까지 러시아 보리스에이프만 발레단 무용수로 활약했으며, 최근 귀국해 학업에 정진 중이다.
전통무용과 걸그룹 댄스라는 격차가 있지만, 곱사춤의 명인인 공옥진의 조카손녀는 걸그룹 2NE1의 공민지다. 공 여사는 창의적인 춤사위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예인이며, 공민지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댄스대회를 휩쓸 정도로 타고난 춤쟁이다.
<조민선 기자@bonjod08>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