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고, 확 트인 고지대가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곳. 올해도 어김없이 강원도 대관령에서 클래식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올해 8회를 맞는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오는 7월 24일~8월 13일까지 강원도 대관령 정상(알펜시아)과 도내 시ㆍ군 일원에서 개최된다. 그동안 축제를 꾸려왔던 강효 줄리어드 음대 교수가 예술감독에서 물러나고 정명화ㆍ정경화 자매가 꾸리는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맞는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빛이 되어(ILLUMINATION)’다. 젊음 시절의 반짝임보다 세월이 흘러 원숙한 아름다움을 뿜어낸 거장들의 후기작품을 조명한다. 삶이 거의 마무리될때쯤 쏟아낸 거장들의 음악은, 유독 빛나는 희망과 믿음이 묻어난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슈베르트의 ‘C장조 5중주’, 멘델스존의 ‘현악 5중주 2번’등 천재 작곡가들이 삶을 마무리하기 전 쏟아낸 주옥같은 후기작들이 축제를 장식한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생(生)의 압박, 전쟁, 질병으로 인한 제약은 예술가의 영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거쳐 말년에 다다른 거장들의 음악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안겨주는 빛나는 음악들”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도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대관령 일대로 모여든다. 정명화(첼로), 정경화(바이올린)의 무대를 비롯해 리차드 스톨츠만(클라리넷), 토디 필립스, 조엘 스미어노프(바이올린), 로버트 디아즈, 토비애플(비올라), 카리네 게오르기안(첼로), 케빈케너, 세실 리카드(피아노) 등이 한데 모여 환상의 호흡을 맞춘다.
6년만에 국내 실내악 무대에 서는 정명화, 정경화의 공연은 벌써부터 매진 조짐이다. 올해 축제의 공동예술감독을 맡은 두 자매는 세계적 클라리넷 연주자 리차드 스톨츠만, 바이올리니스트 토드 필립스와 협연을 한다.
유럽에서 ‘제2의 윤이상’으로 알려지며 현대 작곡계의 중요한 인물로 부상한 재독 작곡가 박영희의 공연도 주목할만 하다. 그는 이번에 ‘타령’과 ‘만남’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반짝이는 신예들의 무대도 축제의 균형을 맞춘다. 성민제(더블베이스), 강주미(바이올린), 신현수(바이올린), 고봉인(첼로), 손열음(피아노), 권혁주(바이올린), 김태형(피아노) 등 솔솔 부는 산들바람같은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연주가 대관령 일대에 울려퍼진다.
음악제 기간에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7월 28일~8월 9일)를 비롯해 연주자들이 직접 ‘찾아가는 음악회’가 강원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매진으로 티켓을 구하지 못할 경우 같은 연주자들이 직접 찾아가는 공연의 스케줄을 체크해보는 것도 좋다.
음악학교와 마스터클래스는 ‘클래식 꿈나무’들에게 1년에 한번 찾아오는 황금같은 기회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직접 레슨을 해주고,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잡기 위해, 올해도 세계 10개국의 학생들이 대관령을 찾는다. 그외 마스터클래스, 학생음악회 등 총 55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 보일 예정이다. 대관령국제음악제 홈페이지(www.gmmfs.com)에서 예매 가능하다. 4~5만원. (02)725~3394~5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