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글쓰기 강의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에쎄)=글재주는 타고나는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도 여느 능력처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완성되는 것이다. 글에 서툰 까닭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적 위주의 교육 탓에 제대로 된 훈련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마음 가는 대로 글쓰기, 글감 모은 후 휴식 취하기, 대화를 상상하며 글쓰기 등 하버드와 케임브리지에서 30여 년간 글쓰기를 가르쳐온 저자의 즐기는 글쓰기 훈련법이 상세하고 친절하다.
▶인문, 과학, 문학
밤의 도서관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세종서적)=시력을 잃은 대문호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알베르토 망구엘. 그가 들려주는 ‘마성적 유혹의 공간’ 도서관의 역사는 매혹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담고자 했으나 불타 사라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실크로드의 순례자들이 만들어낸 중국의 모가오 굴 서고, 위트 있는 가짜 책들로 가득했던 찰스 디킨스의 도서관 등 애서가 혹은 간서치(看書癡)들의 열정을 통해 오직 책만이 가능한 위안을 건넨다.
남이섬 (전상국 지음/민음사)=등단 49년째를 맞이하는 작가 전상국이 6년 만에 펴낸 소설집. 표제작인 ‘남이섬’은 전쟁과 분단의 소용돌이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겹으로 포개어 놓음으로써 역사와 개인의 비극을 중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남이섬이 간직한 비밀과 상처의 몽환적 풍경이 ‘은빛 상상력’으로 빛난다. 표제작을 비롯해 불통의 비극을 성찰하고 소통의 치유를 모색하는 웅숭깊은 시선과 미학적 성취의 어우러짐이 돋보인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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