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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못 선택했다, 읽기 잘했다
청소년 다룬 '라운드'..."내가 링위에 있는 듯"

"아~ 잘 못 선택했다.”


너무 쉽게 봤다. 청소년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라 재미든 고통이든 어지간할 거라 생각했다.
<라운드>(우리교육.2011.4)는 가난 때문에 사각의 링 위에서 싸워야 하는 십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읽어갈수록 힘이 든다. 삼분의 일 쯤 남았을 때 그만 접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삼일에 걸쳐 다 읽었다. 새삼스레 책을 다시 본다. 물리적 무게와 상관없이 묵직하다.


사고로 온전한 직장을 잃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어머니, ‘걸레’라는 소문을 끌고다니는 누나, 실업수당을 신청하지 않는 아버지의 자존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큰 형. 십대의 두 아이 루브 울프와 카메론 울프. 두 아이는 뒤뜰에서 한쪽 손에만 글러브를 끼고 노는 권투를 즐겼다. 밤마다 자기 전에 의식처럼 수다를 떨었다. 그들만의 놀이였다. 잘 생기고 힘 좋으며 어른스러운 형은, 카메론의 우상이었다. 겉으론 무관심한 척 하지만 그들은 끈끈하게 뭉쳐있다.


거리에 올망졸망 들어선 작은 집들을 지날 때면 저마다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연을 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집집마다 벽이며 지붕이 괜히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바로 창문이다. 세상의 눈길이 안을 들여다보도록 허락하기 위한 걸까, 밖을 내다보기 위함일까?(40쪽)


카메론의 이 말은 세상을 알아가려는 많은 아이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구조와 놀랍게도 닮아있다. 차이점은 문제를 보는 시각이 좀 더 객관적이고 덜 절망스럽다는 것이다.


울프 형제를 무심코 서 있던 라운드 가장자리로부터 한가운데로 밀어 넣은 사건은 사소했다. 일거리를 찾아 헤매던 아버지를 본 형 반의 한 녀석이 온 식구를 싸잡아 비웃은 거였다. 십대의 잔인성은 치명적인 부위가 어딘지 동물적으로 알고 가격한다. 그 말에 폭발한 형은 그야말로 ‘떡이 되도록’ 그 아이를 패버린다. 이가 빠질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소문을 들은 한 남자가 찾아왔다. 패리. 불법 권투장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이기면 5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관중들이 던지는 팁도 있다.‘싸우는 루벤 울프’와 ‘천하의 약골’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형은 싸움실력으로, 카메론은 동정심으로 돈을 버는 컨셉이었다. 그들은 두려웠다. 경기마다 승승장구하는 형은 외롭고 슬프고 거칠어졌다. 카메론은 그야말로 맞아죽을까봐 심장이 떨어질 듯 무서웠다.


그 시즌을 닫는 마지막 경기에 패리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겨 다음 경기에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울프형제를 링에 세우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들은 거부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경기 전에 가족에게 고백했다. 온 식구들이 모였다. 두 형제의 싸움을 지켜봐야하는 가족들은 비장했다.


그들은 싸웠다. 생각처럼 빨리 결판이 나지 않았다. 서로 쓰러지지 말라고 협박과 동시에 격려했다. 관중들은 흥분했고, 돈이 될만한 사건이 벌어질 듯 했다. 둘 중 한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일. 갑자기 형이 글러브 한 쪽을 벗었다. 카메론도 따라했다. 둘은 링 위에서 끌어안았다. 뒤뜰에서 장난삼아 싸우던 모습이었다. 이제 진짜 형을 찾았다. 행복했다.


지은이 마커스 주삭은 청소년을 믿는다. <책도둑>이라는 작품이 세계 30여국에서 출간된 건 있는 그대로의 쓴 현실을 보여주는 진실성 덕분이다. 마지막에 “나는 내 인생을 찾아 나설 거고, 그걸 덥석 낚아챌 거야.”라는 형의 말처럼 그들이 결국 단단하게 성장할 것임을 시사한다. 끝까지 읽길 잘했다. 아이들과 토론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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