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크기도 채 안되는 초소형 미니어처 조각들로 ‘자신만의 소인국’을 창조해온 젊은 작가 함진(33)이 PKM갤러리와 Bartleby Bickle & Meursault 초대로 개인전을 연다.
6월 3일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 작가는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신작을 선보인다.
맞벌이 부모를 둔 탓에 어린 시절부터 찰흙놀이에 빠져 지냈던 함진은 숨이 멈출 정도로 작은 점토 인형세트에 사람과 동물의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절묘하게 녹여내 일찍부터 각광을 받았던 작가. 특히 기발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를 이입시켜 베니스비엔날레,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도쿄 모리미술관 전시 등에 초대됐다. 또 전시 때마다 관람객이 거의 엎드려가며 작품을 감상하게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합성점토로 빚은 파편화된 검은 조각들을 갤러리 곳곳에 설치한 함진의 이번 작업은 ‘공간에 그린 블랙 드로잉’이라 할 수 있다.
즉 종전 작업이 명료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캐릭터들로 짜여졌다면, 신작은 환상적이면서도 기이한 검은 형상이 뒤엉키며 이야기를 폭발하듯 보여주고 있다.
즉 특정형상을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벗어나, 선과 면을 거침없이 이어가다 보니 작품은 더 기묘하고, 더 파워풀해졌다.
갤러리 벽과 천장, 바닥 곳곳을 유영하듯 설치된 함진의 신작 설치물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집요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람과 대상의 모습이 구체화되는 듯하다가도 뭉개지기 일쑤여서 예술적 충만함은 외려 극대화됐다.
과거의 화려한 색채 대신 검은색 점토만 고집한 까닭을 묻자 “형태,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예전 같으면 1㎝도 안 되는 초소형 조각 속에 하이힐을 신은 파리라든가, 프라이팬을 든 채 출근하는 여성 따위를 새겨넣었으나 이번엔 선과 면의 동세에 더 주력했다. 따라서 어둡고 묵직해진 형상과 선들은 다양한 심상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02)734-9467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