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소함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젊은 작가 이영빈(31)이 개인전을 개최한다. 어느새 세 번째 개인전으로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가 그 무대. 최근 들어 목욕탕 연작을 집중적으로 제작해 ‘목욕탕 작가’로 불리는 이영빈은 이번 전시가 ‘탕’ 시리즈 회화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왜 목욕탕을 그리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인간의 진실한 내면을 마주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적 신분을 버리고 알몸을 드러내는 목욕탕은 작가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공간이다.
그는 또 ‘음(陰)’을 긍정한다. 이영빈에게 음이란 겨울 어둠, 고독, 단절, 죽음을 가리킨다. 작가는 좌절과 패배가 있기에 희망과 승리가 주어지는 것이며 겨울을 겪어야 봄과 여름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이 몸을 씻는 행위는 불안, 좌절, 상처같은 ‘음의 가치’를 보듬으며 수양하는 과정이어서 매료된다는 것.
이영빈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 시점으로 목욕탕을 세밀하게 그린다. 한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한 열린 공간은 관람객에게 공간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종이에 먹과 담채로 그린 ‘탕’시리즈 10점과 일기 쓰듯 일상의 사소한 독백들을 스스럼없이 담은 드로잉(158점·사진)이 함께 출품됐다. 6월 26일까지. (02)720-152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