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반갑게 인사하자, 폭력 미화하는 영화 보지말자…

이름없는 사람들에 의한 101가지 평화로운 세상 만드는 법




‘지난밤 나는 이전에 한 번도 꾼 적 없는/이상한 꿈을 꿨네/세상 모든 사람이 전쟁을 끝내는 데/동의하는 꿈이었네/꿈에서 나는 거대한 방을 보았네/여자와 남자들로 가득한 방/그리고 그들이 서명한 서류에는/다시는 싸우지 않겠다고 써 있었네’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로 잘 알려진 ‘지난밤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네(Last night I had the strangest dream)’란 노래로 포크 싱어 에드 맥커디가 작곡한 반전 깃발 같은 노래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말할 정도로 전쟁은 마치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것처럼 보인다.

지구촌 전쟁과 테러가 여전히 일상을 위협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과거에 비해 전쟁은 크게 줄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냉전체제가 종결된 1991년 이후 최소 1000명이 목숨을 잃는 대규모 전쟁이나 학살행위의 수가 과거에 비해 90%나 줄었다.

거기엔 평화의 돌을 하나하나 놓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년 이상 평화운동을 해오며 핵전쟁방지국제의사협회의 회장을 지낸 평화운동가 메리 와인 에슈포드와 평화운동가 기 도운시는 그 앞에 서 있다.

‘평화만들기 101’(동녘)은 맥커디가 꿈에 본 것을 현실에서 실현시키려는 사람들의 얘기다.

이들은 평화는 염원한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니며, 평화로 가는 길은 따로 없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평화가 바로 길이라는 것. 즉 지금 평화행동이 평화를 만든다는 말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캐나다 빅토리아의 한 작은 학교 교장은 매일 아침 거리로 나와 학교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반기고 그 이름을 일일이 불러준다. 이 학교의 교직원들은 학교를 환영받는 곳으로 만드는 방법들을 교육받는다. 다른 몇몇 학교의 학생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여학교를 위한 기금을 마련 중이고, 우간다의 한 학교와는 예술교류를 하고 있다. ‘용서 프로젝트(Forgiveness Project)’는 끔찍한 행동에 대한 증오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 행동을 용서하는 능력을 계발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웹사이트다.

저자는 우선 폭력문화와 전쟁을 야기하는 요인들을 우선 하나하나 꼽아가며 폐해를 지적한다.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미국의 패권, 기업의 역할, 게임과 컴퓨터까지 무엇이 전쟁을 부추기고 지속시키는지 보여준다. 이는 단지 물리적 전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지나치는 폭력적 풍경을 환기시킨다.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기, 텔레비전을 끄기, 폭력적이거나 폭력을 미화하는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관을 나올 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코미디 보기, 협상기술 배우기, 희망 미래를 염원하는 종이등 만들기, 길거리 연극 등 사소하고 옹졸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런 방식은 전쟁이나 폭력에 대한 반대표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도 유용하다. 전직 수학교수 출신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안타나스 모쿠스 시장은 광대극 배우 420명을 고용해 가두연극의 감동적인 전략과 유머로 폭력과 교통혼잡, 부정부패, 강도와 도둑질을 일삼는 길거리 청소년 갱단 문제를 해결했다.

가뭄이 심각했을 때는 국민 전체가 물을 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해 시장 본인이 텔레비전 쇼에 출연해 샤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비누칠을 할 때는 조심스럽게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 후로 물 소비가 40%나 줄었다. 사회운동가 조디 윌리엄스가 주축이 돼 적십자 국제위원회 등 NGO와 50명 남짓한 미국 베트남전 퇴역군인들 단체로 시작된 작은 캠페인은 5년 후 노벨 평화상을 받고 오타와에서 체결된 지뢰금지조약을 끌어냈다. 

‘평화만들기 101’은 맥커디가 꿈에 본 것을 현실에서 실현시키려는 사람들의 얘기다.                                                                                                                                          [사진제공=동녘]

탄탄한 연구와 자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평화운동을 위한 다양한 도구들을 제공한다. 평화의 힘, 시민의 힘을 보여주는 101가지 이야기는 행동의 방식을 들려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이들의 평화운동은 간디의 유산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비폭력의 효과성,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비폭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보여준다.

여성을 위한 다섯 가지 평화만들기, 아이를 위한 다섯 가지 평화만들기, 종교조직을 위한 다섯 가지 평화만들기 등 대상과 내용의 구체성은 이 책의 미덕이다.

저자가 미래를 위한 희망의 증표로 삼는 것은 인식의 확산이다. 인류가 직면한 모든 세계적인 문제들, 즉 평화, 환경, 생태계를 살리는 발전, 인권, 참여 민주주의,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이 모두 상호의존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법, 유엔, 유럽연합도 하나의 진전으로 평가한다. 특히 그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세계 여론이다. 101가지 이야기가 보여주는 한 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몇몇으로 확대되며 불러오는 놀라운 결과들은 감동적이다. 여기에 저자가 지닌 평화에의 굳은 확신과 신념도 이들 작은 평화운동을 더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