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매 추정가 2~4배 낙찰…세계 큰손들‘명작’을 다투다
뉴욕 크리스티·소더비 경매

현대미술 스타작가 상한가

워홀 자화상 419억원에 팔려

석유·원자재 부호 구매에

中 억만장자도 경쟁 가세




최근 폐막된 국내 한 아트페어를 찾았던 A(45) 씨는 외국작가 작품을 사려다 깜짝 놀랐다. 작년 가을 구입을 검토했다가 구입을 미뤘는데, 불과 6개월 사이에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 A 씨는 “영국 작가 마크 퀸(47), 줄리안 오피(53)에 관심이 있었는데 가격이 20~30%씩 올라 결국 못샀다”며 “해외 옥션 등에서 가격이 자꾸 오르고 있어 내 여력으론 사기 힘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막을 내린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는 그 같은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명도 높은 현대미술가의 회화와 조각은 여지없이 추정가를 크게 웃돌며 낙찰되고 있다. 인상파, 입체파 등에 이어 전후(戰後) 현대미술도 ‘유명작가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그 대표적인 예가 ‘팝아트의 기수’ 앤디 워홀(1928~1987)이다. 워홀은 자화상을 여러 점 남겼는데 그의 1963~64년작 ‘자화상’은 지난주(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3844만달러(약 419억원)에 팔렸다. 가로 0.8m, 세로 1m에 불과해 워홀의 그림 치곤 작은 편임에도 16분간의 경합 끝에 추정가의 배에 가까운 금액에 낙찰됐다.

4개의 패널로 이뤄진 이 자화상은 ‘워홀의 최초 자화상’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디트로이트의 유명 수집가 플로렌스 배런은 1963년 자신을 그려주겠다는 워홀에게 “사람들은 나보다 당신을 더 보고 싶어한다”며 1600달러(174만원)를 지불했다. 오늘날 419억짜리가 된 그림은 그렇게 출발했다. 이날 경매에는 워홀의 그림이 8건 나와 총 9100만달러에 모두 새 주인을 찾아갔다. 게다가 크리스티는 이날 하루 총 3억168만달러(3291억원)의 낙찰액을 올리며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5월 이래 최고액을 기록했다. 


크리스티뿐이 아니다. 소더비도 마찬가지다. 소더비 뉴욕은 전설적인 아트딜러이자 수집가인 알란 스톤의 소장품 42점을 경매에 부쳐 5480만달러의 낙찰액을 올렸다. 이는 당초 목표(4600만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것. 특히 폐기처분된 강판을 우그려뜨려 만든 존 챔벌레인의 조각 ‘Nutcraker’는 낮은 추정가의 4배에 해당되는 478만달러에 팔려나가며 챔벌레인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스톤이 내놓은 프란츠 클라인, 웨인 티보의 작품도 선풍리에 팔려나갔다.

이날 소더비 경매에선 제프 쿤스의 조각 ‘Pink Panther’가 1688만달러에 낙찰됐는데, 이 작품은 지난 1988년 180만달러에 거래됐던 작품이다. 15년 만에 약 10배 가까이 오른 셈.

이렇듯 세계 미술의 바로미터에 해당되는 뉴욕 경매를 비롯해 해외 아트페어에서는 유명 팝아티스트며 현대작가 작품이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만큼 돈을 주체 못하는 원자재 및 통신, 카지노 재벌 등 부호들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큰손’까지 가세하고 있어 세계 현대미술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써 지난해 약 20조원을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매출을 97%까지 회복했던 세계 미술품(경매)시장은 올 들어 약 25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진수 교수(강남대 경제학과)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각국의 부자들이 유명작품 앞에 줄을 서고 있다”며 “미술품시장에서 스타작가의 대표작의 경우 숫자가 한정된 ‘고가 경쟁시장’이란 점에서 앞으로 계속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