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흔히 세계 제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일컬어진다. 여기에 더해 멘델스존과 브루흐 혹은 시벨리우스를 추가해 제 5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것은 물론 주관적이지만 그래도 제 3대니 5대니 하는 말이 큰 무리없이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제 아무리 주관적인 취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속에 어느 정도의 객관성이 존재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것을 보기가 어려운 곡들이 있다.
‘동물의 사육제’로 유명한 작곡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공부하는 곡이다. 강렬한 1악장과 아름다운 2악장, 그리고 리듬과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 3악장에 이르기까지 참 매혹적인 곡이다. 이상하게도 연주회에서 듣기는 하늘의 별따기지만 이 곡은 2악장의 마지막 부분만으로도 보석 같은 빛을 지녔다. 독주자는 왼손가락으로 줄을 세게 누르지 않고 손가락을 살짝 갖다대며 소리를 내는 하모닉스 주법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듣는 이를 매혹시킨다.
첼로 협주곡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랄로는 ‘스페인 교향곡’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이 곡의 이름은 교향곡이지만 형식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독주자는 5개 악장을 통해 현란한 테크닉을 과시하게 된다. 스페인풍의 멜로디를 사용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듣다 보면 악장마다 바뀌는 변화무쌍한 분위기 속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명곡이다. 그 중 5악장은 독주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어려운 곡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비에냐프스키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품들을 많이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그 자신이 대단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역시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꼭 배우는 곡이지만 막상 무대에서는 자주 소개되지 않는다. 서정적이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한 멜로디가 일품인 이 작품은 뛰어난 연주자였던 비에냐프스키 자신의 기량을 과시라도 하듯 중간중간 상당한 수준의 테크닉을 요한다.
위에서 꼽은 세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순전히 필자 마음대로 꼽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곡들이다. 객관적으로 가장 위대한 협주곡은 아닐지 몰라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갖춘 보석 같은 곡들. 자신만의 보석을 가져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