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서울미술대전, 극사실회화-눈을 속이다
<글 권순만 대학생기자>‘첫눈에 반하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의 눈은 일차적 감각 기관이다. 이미지를 설명하는 시시콜콜한 언어나 사건 없이도 우리는 첫눈에 마음을 뺏길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보는 건 진짜일까? 이것이 전부일까? 극사실회화-눈을 속이다
이번 전시회는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일어난 극사실회화의 주요작가들 중 일부와 그들의 후예 격이라 할 수 있는 최근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으로 사실적인 기법의 그림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보는 것보다는 정교하고 사실적인 기법 자체에 주목하여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고, 눈으로 보는 것보다도 더 진짜처럼 ‘눈을 속이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극사실회화의 역사적인 배경과 범위, 개념에 대한 본질적 문제보다는 그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여러 경향을 살펴보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개념적 구분이나 시대적 구분보다는 소재별로 일별하여 ‘정물’, ‘인물과 풍경’을 그린 작품을 전시해 시기의 구분과 역사적 문제보다 거시적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극사실회화를 바라보게 된다.
서울미술대전은 1985년부터 해마다 회화, 조각, 공예, 판화를 장르별로 특화하여 개최해왔으며 올해는 극사실회화를 조명했다.
강강훈_Modern Boy-custom made breath,193.9x130.3cm,oil on canvas,2011 |
실내풍경과 정물을 그려낸 작품으로 구성된 본 섹션은 주로 일상생활의 물건이나 사물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을 자극한다. 과일과 채소는 시각으로부터 죽어 있던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명암을 강조한 정물화는 덧없는 현실을 은유하며, 매끈하고 반짝이는 오브제는 소비사회의 일상적인 시선을 건조하게 그려내고 있다. 각기 다양한 방식과 기법으로 정물을 정교하게 그려내며 현실보다 더욱 진짜 같은 일상의 풍경을 통해 강한 효과를 유발한다.
Section2. Land&Human Scape
도시와 자연의 일상적 풍경에서 인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들을 선보인다. 특정한 부분을 확대하여 세밀하게 묘사하기도 하며, 사회적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정교한 사실적 표현을 하기도 하며, 대상을 넘어선 초현실적 감각을 드러내기 위해 생경할 정도로 생생하고 섬세한 표현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기법으로 극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극사실회화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영욱_Face, 97x162cm, oil on aluminum, scratch, 2010. |
김상우_귀로 [歸路], 112.1x162.2cm, oil on canvas, 2011. |
1970년대 극단적 추상화였던 모노크롬에 대한 대안으로 극사실화가 등장했다면 근래 들어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 환경의 발달로 더욱 극단적인 기법의 극사실 계열 회화가 주목받게 되었다. 이들은 정물, 인물, 풍경과 같은 일상적인 소재에 주목하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일상 풍경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은 대상의 세부를 확대하고 극도로 정밀하게 묘사하여 고도로 현실적인 동시에, 오히려 그 현실을 뛰어넘을 법한 초현실적인 감각을 얻게 되기도 하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중이다.
인간의 시각적 한계에 도전한 예술, 극사실회화. 마치 사진이나 실물을 갖다 놓은 듯이 입체감 있는 표현에 의해 우리는 당황하고 놀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하나의 미술작품에 의해 우리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말이 아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더욱 놀랄 것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
항상 우리는 사물을 볼 때 시각에 의존해 왔다. 눈은 가장 원초적인 감각적 도구였다. 보이는 게 믿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런 진리 속에서 작품을 보면서 그림이라고 ‘믿을 만한 구석’을 찾아내려고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면서 모든 관람객들은 점점 더 그림에 다가가기를 원한다. 주위에서는 “사진 아니야? 진짜 그림이야? 정말?” 이라는 말들이 오간다. 그 속에서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의심을 거듭하며 매혹적인 눈속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관람객들은 그림인지 믿지 못한 채, 불안한지 계속 그림을 만지려고 했다. 감탄과 의심을 넘나드는 전시였다. 그리고 이런 의심은 모든 작품을 보고 나온 관람장 밖으로 연장됐다. 세상에 진짜라고 포장된 것들이 거짓은 아닐까?, 가짜라고 명명된 것들 속에 진짜가 있지는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사물, 사람의 마음의 ‘진짜’가 더욱 간절해지는 날이었다.
전시정보
▶ 일 시 : 4월 8일(금) ~ 6월 19일(일)
▶ 장 소 : 서소문본관 3층
▶ 전시내용 : 서양화 39점
▶ 참여작가 : 39명
▶ 문 의 : 02-2124-8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