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시간이 멈춘 나라인가.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나라인가. 진짜 삶을 발견하게 되는 나라인가. <인도에 관한 열일곱가지 루머>(사람들. 2011)은 이 물음을 던진다. 책은 인도에 대한 편견깨기다.
그런데 혹시 진짜 모습이라고 말하는 그 내용이 또 하나의 편견은 아닐까. 답은 진정성과 성실함에 있겠다. 책의 저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오랫동안 현지에 머무르며 인도의 진면목을 탐색했다. 그 결과물이니 믿을만 하지 않을까. 실제로 인도에 대한 그 어느 책보다 훌륭하다.
[책속의 포스트잇] 묘한 정적 속에 문득 데칸고원을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지표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이라는 곳이다. 검은 땅. 버려진 들판. 점점이 박힌 나무들과 나무들 사이로 실금처럼 뻗은 길. 그 좁고 구불구불한 길 위로 등에 혹이 불거진 소가 끄는 달구지가 지나갔다. 그래도 몇몇은 그 황폐한 땅을 일구어 알곡을 심고, 노역의 대가로 고픈 배를 채울 것이다.
인도의 기차는 간혹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고 정차한 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들판에 세워둔다. 바깥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가는 한 낮에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진 기차 안의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는지 가늠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어느 도시를 지난지도 모르면서 데칸고원의 기묘한 황무지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기차는 소문도 없이 덜컥 들판 한가운데 멈춰섰다. 숨이 막히는 열기를 견디지 못해 거의 실신상태에 빠져들었다. 사우나 도크를 방불케 하는 객차 속에서 인도인들은 그러나 태연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똑같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들은 늘 그래왔다는 듯이 너무나 멀쩡하게 숙면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삭막한 황무지에서 깡마른 노인이 나타나 왼손에 물통을 들고 기차를 향해 다가왔다. 그 노인은 기차가 만들어 놓은 그늘에 이르러 기차 안의 승객을 바라보지도 않고 바지춤을 풀었다. 이어 태연하게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먹는 것이라고 해봐야 부실한 푸성귀가 대부분이었을 게 뻔한 그 노인의 볼일이 부드러울 리 만무했다. 굵은 주름살이 가득한 검은 얼굴에 힘줄이 툭 불거지고 붉은 눈동자가 유난히 크게 빛을 발했다.
그토록 힘겨운 노동을 끝낸 노인은 왼손에 들고 있던 물로 밑을 닦은 뒤, 언제 그렇게 힘들었느냐는 듯이 왔던 길을 되짚어 유유히 걸어갔다.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인도인의 모습이었다. 67~68쪽
밖에서 보면 고즈넉한 풍광, 안에서 보면 황당한 진풍경이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추하다. 여행의 두 얼굴이다. 인도의 속살을 재미있게 표현한 글이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