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출신으로 군산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정신여중고와 이화여대(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한 홍 대표는 결혼 후 요리 등에 심취해 있다가 뒤늦게 화랑업에 뛰어들었다.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現 이스트) 건너편에 갤러리서미라는 이름으로 화랑을 연 그는 1990년대초부터 당시로선 드물었던 화랑 부설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근현대미술사를 강의했던 이 서미아카데미에는 재계 며느리, 상류층 자제 등이 상당수 수강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부인이었던 배우 고현정도 당시 수강생이었다.
이후 홍 대표는 삼성가, 신세계, 한솔 등 국내 굴지 기업의 안주인들과 접촉하며 뉴욕 및 런던 크리스티 등에서 수십억, 수백억원대 그림을 턱턱 낙찰받는 것은 물론, 뉴욕 가고시안, 런던 헌치 오브 베니슨 등 특급 갤러리와도 거래하는 ‘거물급 딜러(화상)’로 성장했다. 그가 재계 등에 판 그림들 대부분은 요즘 들어 엄청나게 올라 ‘국내 최고 안목’, 또는 ‘족집게 딜러’로 꼽히며 컬렉터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렇듯 삼성가를 비롯해 상류층에 가장 이슈가 되는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미술계 숨은 실력자’로 부상한 홍 대표는 그러나 삼성 비자금, 그림로비 사건에서부터 최근 오리온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오리온 비자금 사건은 아직도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특권층을 위한 미술’을 막후에서 좌지우지(?)하느라 일반 대중과는 적잖이 소원했던 그는 “화랑 새 단장을 기점으로 앞으론 대중에게 공개하는 전시를 많이 열 겠다. 지난 주 개막한 조안나 바스콘셀로스 전시는 2년전 부터 런던 헌치 오브 베니슨 갤러리와 어렵사리 추진해 성사됐는데, 미술전공 대학생들이 엄청 몰려오고 있어 반갑다"고 밝혔다. 또 오는 10월에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작품을 모아 국내 최초의 ‘제프 쿤스 작품전’을 열 예정이다.
홍 대표는 "바스콘셀로스 전시처럼 미술관에서도 열기 어려운 최신 전시를 열어 미술을 아는 멋장이들의 발길이 주말에도 끊이지 않았다. 진태옥 패션디자이너를 비롯해 이정재 배용준 씨도 우리 화랑을 즐겨 찾는다"며 "이제는 미술계 전반, 특히 대중들과 적극 소통하는 갤러리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