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잘게 쪼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그 본질을 알 수 없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은행나무. 2011)는 이 문장 속에 출판 의도가 담겼다. 과학자들은 더 미세하게, 더 마이크로적인 관점으로 세상에 잣대를 들이대지만 결국 세상을 잘못 보고 있다는 것.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며, 세상의 많은 ‘부분’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고, 결국 인간은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책은 ‘문학적인 감성과 철학적 메시지로 대중과 과학을 연결시키는 과학자’란 저자 이름 앞 수식어에 걸맞게 친절하고 깔끔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다양한 일상 속 궁금증, 저자 자신의 경험, 과학 역사에 남을 만한 실험 조작 스캔들, 성서를 비롯해 에세이, 소설 등 기존 문학 작품의 글귀 등을 재구성해 ‘논리’를 풀어간다.
저자는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통해 단백질의 아미노산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일부를 인용하며 ‘시선’의 수수께끼를 탐구한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어떤 이에겐 중요한 단서다. 이로부터 독일 병리학자 파울 랑레르한스가 독특한 세포를 발견한 사연을 소개한다.
시적이며 감수성이 풍부한 랑게르한스는 췌장 조직에서 푸른 남태평양 산호초로 둘러싸인 작은 ‘섬’을 떠올렸다. 이 ‘세포들의 섬‘은 훗날 발견자의 이름을 따 ‘랑게르한스섬’이라 명명됐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단순한 부분의 집합체가 아니며, 모든 생명현상이 유기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어 세상은 총체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 짓는다.
그 한 예가 화가 카르파초의 두 작품이다. 뱃놀이에 여념이 없는 귀족을 그린 ‘라군에서의 사냥’과 ‘고급창부’라는 뜻의 ‘코르티잔’은 숱한 의문과 해석을 낳았으나, 알고 보면 두 작품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밀이 풀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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