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개방된 곳이다. 그럼에도 미술관은 선뜻 들어서기가 어렵다. 해서 <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동녘, 2011)란 제목이 신선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놀러간다는 뜻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놀이 공간이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구나 미술관에 가서 즐겁게 놀라고 권한다. 그림을 파는 곳이 아니라 그림를 비롯한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며 예술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미술관이라고 말이다. 그 말은 정말 맞았다. 고가의 입장료도 없었고 입장 거부를 하지 않는 진정한 문화 공간이었다. 일상에서 예술를 만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미술관의 매력 속으로 빠져든다.
책은 서울에 위치한 29개의 미술관 및 갤러리를 소개한다. 갤러리라 하여 모두 같은 공간은 아니었으며 그림만을 전시하는 공간도 아니었다. 다양한 음반, DVD,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며 운 좋으면 작품을 만든 작가와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전람 후 차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었다. 저자의 권유대로 데이트를 미술관에서 해도 좋겠다. 뻔한 영화관 데이트보다 미술관 데이트가 훨씬 강하게 기억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장소인가.
소개된 미술관 중 기회가 되면 가고 싶은 곳은 인사동의 섬이라 표현한 ‘경인미술관’이다. 한옥으로 만든 전시관이라니, 그 안에서 가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또 이런 미술관도 있다. 올림픽 공원 옆에 위치한 ‘소마미술관’이 그곳이다. ‘소마’란 이름이 예뻐서 몇 번이나 불러보았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공원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그런가 하면 이런 미술관도 있구나 놀라게 한 미술관도 있다. 바로 당황스러운 이름의 ‘보안여관’이다. 이곳은 실제로 여관이었던 공간을 갤러리로 만든 곳이라고 한다.
미술관을 소개하며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점, 올바른 전시 관람법, 그림 쇼핑에 관한 방법등을 알려준다. 그 중 그림 쇼핑을 위한 네 가지 방법은 이렇다. ‘첫째, 믿을 만한 갤러리를 찾자. 둘째, 혼자서 결정하지 말자. 셋째, 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 보자. 넷째, 유화만 고집하지 말자.’ 기억해둔다면 유용하게 사용될 정보다.
예전과 다르게 예술은 대중과 점점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예술은 멀게 느껴진다. 그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책이라 하겠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