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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의 후예> 체코 & 슬로바키아 사진전
롯데 애비뉴엘 전층에서 4월 19일부터 7월 17일까지


정치와 예술의 허니문은 짧게 마련이다. 자유도를 중요시하는 예술과 체제의 존속을 중요시하는 정치는 태생적으로 그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가 예술가를 검열하고 찍어 누른다고 할지라도, 예술은 늘 자신의 언어로 현상을 고발하고, 아파하며 시대를 표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가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리려고 할수록 예술은 은밀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그 역사를 그대로 담아낸다.

이번 봄 롯데백화점에서는 정치도 누르지 못한 독창적인 예술을 선보인다. <아방가르드의 후예>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현대사진을 모은 전시다. 에비뉴엘 전층과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차세대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사진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이제는 대표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한 체코의 얀 샤우덱(Jan Saudek), 슬로바키아의 요셉 쿠델카(Josef Koudelka)의 후예들이다. 이 두 대가는 나치치하를 겪으며 죽음과 고통, 현실의 비루함에 매몰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음울하고도 깊이 있게 담아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반면, 이번 전시에 초대된 차세대 8명의 작가들은 ‘프라하의 봄’ 이후 20여 년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억압의 역사를 풍부한 상상력과 독창성으로 담아냈다.

1993년 이후 독립 공화국으로 자리잡은 공화국인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역사적 배경의 영향으로 어둡고 우울한 경향은 비슷하나 약간의 다른점 또한 눈에 띈다. 체코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기록적인 특성을 띄며 슬로바키아 작가들은 상상력이 풍부해 보인다. 


이번 전시에 초청된 작가는 체코의 밀란 파노 블라트니, 바츨라프 이라섹, 얀 포흐리지브니, 이고르 말리예프스키, 라덱 체르막이며, 슬로바키아에서는 카트카 프라츠코바, 미로 스볼릭, 유디타 차데로바가 선정되었다. 미국이나 서부유럽의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화려함과 세련됨은 떨어지지만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동유럽의 사진예술의 세계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전시는 롯데갤러리 본점에서는 4월 19일부터 4월 27일까지 애비뉴엘 전 층에서는 7월 17일까지 열린다.

한석희 기자 /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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