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순열 ‘시간의 바다 를 깨우다’
작가 양순열(52)이 서울 안국동 갤러리아트링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으로 꼭 열 번째 개인전을 갖는 양순열은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술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근작 및 신작을 다양하게 내놓았다.오는 30일까지 계속되는 양순열 전시의 부제는 ‘시간의 바다를 깨우다’. 지난 30년간 생의 뿌리, 영(靈)의 뿌리를 찾기 위해 작업에 올인해온 작가는 그간의 과정이 ‘시간의 바다를 깨우려 한 순간이었다’며 그 같은 부제를 달았다. 실제로 전시에는 가로 4m의 대작 ‘시간의 바다’가 출품됐다.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대형 화폭 위로 작가가 타고 달렸던 기차, 드레스를 떨쳐 입었던 날, 언젠가 찾았던 숲길 등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다.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시간을 추억의 편린과 푸른 바다를 맞물려 표현한 것.
대학과 대학원(효성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양순열은 전통방식에 따라 한지에 지필묵으로 사군자, 실경산수를 섬세하게 그려왔다. 특히 야생화를 생생하게 잘 표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자연의 이야기에서, 이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로 방향을 선회해 단순히 평면에 머물지 않고 조각 릴리프 설치작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즉, 캔버스는 물론이고 각종 미디어를 폭넓게 활용해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인간관계를 진지하게 성찰하며 인간의 꿈, 사랑, 행복, 존재, 욕망 등을 표현하고 있는 것. 특히 인물과 그를 둘러싼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담는 데 진력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양순열의 작업은 초현실주의와는 또다른 방법이며, 여러 주제와 매체로 작업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예리해진 것을 뜻한다”며 “한 화가가 스스로 익히고 달성한 고유의 표현양식을 떠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인데, 양순열은 그 어려운 길을 진지하고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지금의 세계가 열리기까지 지난 30년을 열병 앓듯 작업에 매진해왔다. 이제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며 잠시나마 영혼을 쉬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간 ‘호모 사피엔스’(도서출판 오늘ㆍ2007), ‘SY ART-시간의 가지에 꽃피다’(GOLD SUNㆍ2009)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작가는 이번에도 틈틈이 써온 에세이와 작품을 모아 ‘시간의 바다를 깨우다’라는 대형 화집을 출간했다. (02)738-073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