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시향 예술감독 사무실에서 만난 정명훈 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꿈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내게 한국 정부가 도와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80, 90년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했지만 2005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 전까지 그에게 ‘지원하겠다’는 도움의 손길도 없었고 ‘한국에서 활동해 달라’는 요청도 없었다는 것이다.
“답답해하면서 한국에서 불러주기를 바라고 기다렸다”는 그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한 것은 두 가지였다. ‘서울시향을 맡아서 이끌어달라’는 요청과 함께 ‘한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이었다.
당시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도 오케스트라가 발전하려면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첫째는 뛰어난 단원의 실력, 둘째는 능력있는 지휘자, 셋째는 지속적인 지원입니다. 한국 오케스트라 역사에서는 그중 한 가지조차 제대로 갖춘 적이 없어요. 그것을 서울시향이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지원’ 부분에서는 아쉬운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은 연습실이 갖춰진 전용홀. 노들섬에 조성 예정이던 서울시향 전용홀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사이에서 표류 중이다. “전용홀은 안타깝죠. 2008년에 완성됐어야 했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도 미안해 하는 사안입니다. 약속을 안 지킨 것이 아니라 못 지킨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왜 투자를 많이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필요하니까’라고 밖에 답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도이치그라모폰과 음반 계약을 맺은 그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서는 해외 투어와 음반 녹음 작업은 필수”라며 “성과를 바란다면 5년이 흐르고 음반 10장이 모두 나온 후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거절을 못하는 것이 약점”이라는 정명훈 예술감독은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일’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한’이 없다. 그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거나 경력을 쌓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라며 “50년을 기다려서 하게 된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도움이 되고 서울시향이 발전할 수 있을 때까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 길이 막혀있으면 미련없이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