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뮤지컬 ‘브레멘음악대’ 제작사 대표 가수 유열
6년간 누적관객 35만명…8월엔 상하이 초청 공연영어 버전준비·작품 완성도 높여 3년후 뉴욕 진출이 꿈
콘서트 등 본업도 충실…아무리 바빠도 올핸 꼭 결혼
극장 용이 바라보는 국립중앙박물관 한 카페에서 유열을 만났다. 가수 활동도 하고 있지만 뮤지컬 제작사 대표로 더 바쁜 요즘. 그는 건너편에 펄럭이는 자신의 뮤지컬 ‘브레멘음악대’ 플래카드의 동물 모양만 봐도 “가슴이 뛴다”고 했다. 올해 그는 지난 2000년 세운 어린이 교육 미디어 회사 유미디어를 유열컴퍼니로 바꿨다. 어린이, 가족 뮤지컬 제작으로 초점을 모았다. ‘브레멘음악대’를 이끌어온 지도 올해로 6년째.
“처음엔 엄청난 적자였죠. 5년이 되던 지난해 적지만 흑자로 돌아섰어요. 처음부터 이 일을 비즈니스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뮤지컬도 생명체 같아서 돌봐주고 키워주면 잘 자라죠. 관객이 늘었다는 것은 콘텐츠에 힘이 생겼다는 방증이니까요.”
뮤지컬 ‘브레멘음악대’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 호기심 많은 당나귀 동키, 수탉처럼 노래하고 싶은 암탉 러스티, 소심한 강아지 도기, 우아한 귀족 고양이 캐티 등의 음악과 함께하는 모험 이야기다.
누적관객 35만명에 6년간 꾸준히 공연해왔지만 현장에서 뛰면서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쌓였다. “꿈나무인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지만 사회적인 배려가 전혀 없어요. 극장 대관료도 동일하고 제작 여건도 같은데 관람료는 낮아야 하죠. 해외엔 수준 높은 어린이 공연들이 10~20유로에요. 지자체나 기업의 지원이 약속처럼 돼 있기에 가능한 거죠. 티켓 수익은 제작비의 4분의 1 정도면 충분해요.”
국내 사정은 다르다. 그래서 캐릭터 중심의 뮤지컬이나 흥행이 보장되는 작품들만 올려진다. 그의 지적대로 “아이들이 볼 만한 공연들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언가를 노리고 뛰어드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저 끌리는 대로 간다”고 말하는 그지만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철저하다. 올해 공연은 말을 줄였다. “음악이 전체를 이끌고 때로 설명 대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안무와 영상을 통해 미학적으로 꾸몄어요. 흡수력이 뛰어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작품이 가둬두면 안 되니까요. 설명은 주입식 교육처럼 친절하긴 하지만 단편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변신은 해외 공연에서도 이점을 갖는다. ‘브레멘음악대’는 올 8월 상하이 국제 아동극 페스티벌에 한국 공연으로는 최초로 개막작 초청을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엔 중국 투어도 준비하고 있다. ‘브레멘음악대’가 국내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그의 계획은 보다 촘촘해졌다. ‘브레멘음악대’의 다양한 버전뿐 아니라 새로운 창작 뮤지컬들을 기획 중이다. “6월부터는 별도의 소극장 버전 ‘브레멘음악대’가 탄생할 겁니다. 영어 버전도 준비 중이에요. 총 3개 팀이 되는 거죠. 올 7월엔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수궁 판타지’를 초연합니다. 어른들이 즐기는 동화로, 우리의 멋스러운 아름다움이 세계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겁니다.”
가수 유열이 제작사 대표로 만든 뮤지컬 ‘브레멘음악대’가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영어 버전과 소극장 버전을 각각 준비 중인 그는 올 가을 새 앨범도 낼 예정이다. 봄과 여름은 공연으로 바쁜 그는 올해 안에는 꼭 결혼도 할 생각이다. |
해외 스태프가 대거 참여하는 ‘수궁 판타지’를 ‘한국판 라이언킹’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아시아권 투어는 물론 3년 후엔 뉴욕 진입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어린이 뮤지컬 전용홀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이 문화로 행복하고 어렸을 때부터 친해질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해요. 유럽엔 곳곳에 어린이 전용극장이 있잖아요. 그 지역의 가족들이 모이고 문화가 시작되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유열컴퍼니 일 외에도 재즈 오케스트라 ‘빅밴드’와 함께하는 자신의 공연도 계속된다. 신곡과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새 음반도 낼 예정이다. 이 빡빡한 일정 중에 올봄으로 소문이 난 그의 결혼 계획도 들어가 있을까.
“봄엔 ‘브레멘음악대’가 있잖아요. 여름엔 공연 때문에 상하이에 가야 하고. 한여름이 지나면… 걱정 마세요. 올해 안에는 꼭 갑니다.”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행복한 그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