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직면한 아픈 곳들을 풋풋한 서정으로 그려낼 줄 아는 작가 공선옥의 또 다른 성취를 보여주는 신작 장편소설.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젊은 부부 영희와 철수가 복사꽃 환한 시골 빈집을 찾아들면서 마을노인들이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에 섞이는 얘기다. 투쟁의 현장답지 않은 언뜻 웃음 짓게 만드는 어설픈 싸움과 작가 특유의 흙냄새 나는 생기로운 생활언어, 힘없는 것에 대한 애틋한 시선 등이 짠한 감동을 준다. 아흔살 언니들의 소풍같은 첫 데모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주장보다 강하다. 그야말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소박한 진리와 아무도 해치지 않는 꽃같은 싸움도 있다는 선언이다.
꽃같은 시절 ┃ 공선옥 ┃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