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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다한 이야기 ‘대한민국 검사들 이렇게 놀았다’
지난 2010년 4월 중순, 방송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의 파장이 특검으로까지 가 뇌물수수 또는 직무유기로 4명의 검사가 기소되고 일부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종결됐다.

소위 ‘정용재 리스트’에 오른 검사는 수십명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징계는 조용히 이뤄졌고 파문은 정리된 것으로 보였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정희상, 구영식 기자가 ‘PD수첩’이 못다한 많은 이야기와 새로운 사실을 책으로 펴내 다시 사건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책보세)은 당시 건설업자 정용재씨가 접대했다는 검사들의 실명과 성접대 현장 등을 그대로 노출시켜 충격적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서문에서 “한두번 접대받은 검사들 이름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위의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검사 스폰서 사건이 터졌을 때 공개된 일부 고위직 검사들 뿐 아니라 일반검사들조차도 스폰서문화에 포획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책의 1부는 ‘검사 스폰서’ 정용재의 증언과 심층 인터뷰를 가감없이 정리했다. 말미에 실은 ‘정용재 자필수기’에는 최초 제보 문건에는 빠져있는 접대 연루 검사들이 다수 추가돼 있다.
저자들은 이 리스트는 정용재 문건에 나온대로 모든 연루자의 실명을 밝히고 있는데 연루자가운데 억울하다는 분이 있어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명백하게 임증한다면 입증이후 발간되는 책에서는 그 사정을 밝혀 배려할 용의가 있다고 책의 일러두기에 적어놓았다.

2부는 PD수첩 내용과 언론인터뷰 내용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책은 정용재씨의 목소리를 담아 그가 왜 고발하게 되었나에서 시작해, 어떻게 검사들의 스폰서가 되었는지, 검사들의 술자리 막장놀이, 관행처럼 돼있는 이상한 검사들의 성문화, 변태적 놀음을 즐긴 검사, 밤만되면 가면을 벗는 검사들 얘기를 줄줄이 엮었다. 모델들이 부산에서 진주로 내려올 때 고속순찰대의 호위를 받았다는 대목도 있다.

촌지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촌지를 주는 일은 무슨 수학공식처럼 ‘한달에 두번’이뤄졌으며, 촌지를 한 번도 안 받은 검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떠날 때는 금 마고자 단추를 선물로 줬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2006년 미니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으면서 술집을 운영하는 후배에게 투자를 권유한 데서 비롯됐다고 털어놨다. 후배의 동업자가 성매매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검찰에서 “정씨에게 검찰 로비자금으로 2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 전직도의원이 2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이렇게 검찰에 뒤통수를 맞고 폭로를 준비했다”는게 정씨의 진술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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