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한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다. 배우, 정치가 등 수많은 세계 명사들의 초상화를 찍은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 전시회였다. 이름만 들어도 선명히 얼굴이 떠오르는 ‘범지구적인’ 유명인들의 얼굴 사이에 클래식 음악가들의 사진들도 많이 있어 반가웠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소프라노 제시 노먼 등 많은 음악가의 사진과 함께 레너드 번스타인의 사진이 있었다.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 음악교육가로서 각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은 뉴욕 필하모닉을 오랫동안 이끌며 미국 최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1943년 뉴욕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있던 시절, 전설적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갑자기 무대에 서게 되었다. 공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고작 몇 시간뿐이었지만 이날 카네기홀에서 이루어진 번스타인의 뉴욕 필하모닉 데뷔 공연은 번스타인이라는 걸출한 스타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린 전설로 남아있다. 그 후 그는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11년간 재직했고 그 후에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지휘자’가 번스타인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생전에 그는 무려 11개의 에미 상을 수상한 대단한 작곡가이기도 했다. 그는 클래식 작품에서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폭넓은 장르의 음악에 모두 재능을 보였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판이다. ‘마리아’, ‘아메리카’ 등의 노래가 특히 잘 알려져 있다.
동시에 그는 음악교육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가 어린이들을 위해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공연한 청소년 음악회는 영상물로도 제작돼 많은 어린이를 TV 앞으로 불러모았다고 한다. 쉽고 재치있는 설명과 함께 음악을 소개하던 번스타인의 모습을 담은 흑백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가진 재능의 한계는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뉴욕 필하모닉이 상주하는 링컨센터의 에이버리 피셔 홀 앞의 길은 ‘레너드 번스타인 길’로 이름 붙여져 있다. 이것만 보아도 미국인들이 얼마나 번스타인을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여러 가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역할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