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국 1500만명 대상
美 갤럽연구진 50년간 조사
건강·직업 등 웰빙요소 분석
실업, 배우자 사망보다 충격
직업 만족도 높을수록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우리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거나 갖고 싶은 것을 취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그 만족감이 얼마 못간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안다. 뇌가 만족하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환원되며, 만족도는 기본적인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각 분야 전문가가 저마다 목소리를 내지만 한 측면만을 강조한 경우가 많다.
갤럽 연구진이 여기에 답을 내놨다. 50년간 150개국 이상의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적게는 500만명에서 많게는 1500만명 이상의 사람을 설문에 참가시켜 웰빙, 행복과 관련해 건강과 부, 인간관계, 직업, 커뮤니티 등 수백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연구는 흔히 측정이 가능한 건강이나 부의 행복과의 관련성뿐만 아니라 직업의 질이나 인간관계의 건전성 등 측정하기 어려운 요소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질문은 웰빙 파인더라는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관한 직업적 웰빙을 비롯해 인간관계에 관한 사회적 웰빙,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경제적 웰빙, 건강과 관련된 육체적 웰빙, 마지막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참여의식으로서 커뮤니티 웰빙이다.
우선 직업, 일은 행복에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는 걸까.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날마다 해야 하는 당신의 일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강한 긍정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20% 정도다. 직업적 웰빙은 사실 다섯 가지 웰빙 중 영향력이 높다. 직업적 웰빙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인생 전반에서 만족감을 누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배 이상 높다.
직업이 우리의 정체성과 웰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연구를 보면 실업상태는 배우자의 사망보다 더 회복기간이 길며 상처가 깊다. 직업적 웰빙을 충만하게 영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일이 됐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일에 몰입한 사람의 경우 하루 종일 행복지수와 흥미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확연히 높았고, 몰입하지 않는 사람은 스트레스 지수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연구보고서가 보여주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직장인이 업무에 많이 몰입할수록 육체적 건강도 동시에 향상된다는 점이다. 업무 몰입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 총 콜레스테롤과 트리글리세리드가 현격히 낮았다.
인간관계, 즉 사회적 웰빙 역시 행복에 결정적인 변수다.
최소한 한 명의 친한 친구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다. 친구 한 명이 추가될 때마다 인생과 일상 경험에 훨씬 더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중요한 건 관계의 질이다.
30세 이상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한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하버드대의 연구는 흥미롭다. 행복해하는 친구를 두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약 9% 증가하고, 불행한 친구를 가까이 하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7% 낮아진다. 불편한 부부관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실제로 육체적 건강을 크게 악화시킨다.
흔히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돈은 어떤가. 재정적 안정감, 즉 하고 싶은 일을 언제라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액수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은 소득이라는 단일한 요인이 전반적인 웰빙에 미치는 영향력보다 3배 높은 영향력을 지닌다. 이를 볼때 부유한 상태는 행복과 관련이 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위험도 안고 있다. 금전적 수익만을 쫒아 부의 축적이라는 하나의 결과만 따라가는 것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과 행복의 연관성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문제는 건강에 나쁜 당장의 유혹, 즐거움을 얼마나 뿌리칠 수 있느냐다. 나쁜 습관이 차고 들어오지 않도록 단기적 인센티브를 주면 매순간 긍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좀 더 장기적인 목표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된다.
커뮤니티 웰빙은 최근 나눔이라는 화두와 통한다.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된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다. 돈을 기부하는 행위는 우리 자신을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보다 우리 자신에게 더욱 큰 보상을 안겨주는 결과로 돌아온다.
신경과학자는 돈을 받을 때 활성화하는 두뇌영역이 돈을 줄 때 훨씬 더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웰 두잉은 더 깊은 사회적 상호작용, 더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 몇몇 연구 결과는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이 행동과 장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
갤럽의 연구 결과는 행복의 요소를 대체로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상호 연관성을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균형적이다. 특히 다섯 가지 테마를 통해 행복을 가시권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툴을 제공한 것은 인상적이다. 방법론적인 새로움 못지않게 행복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새로운 정보도 많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다섯 가지 영역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사에 따르면 7%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두 가지 웰빙수준을 높임으로써 다른 수준도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는 점도 갤럽의 성과다. 연구의 방대함과 평가, 분석에서 신뢰할 만한 ‘현대인의 행복관’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