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있기에 외모가 빛난다=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는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는다. 어느새 쉰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신동은 대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통설을 깼다. 세월은 그의 연주에 깊이를 더했다. 안정된 연주는 기복이 없고 화려한 표현은 감각을 더해간다. 다섯살에 바이올린을 잡은 무터는 열 세살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카라얀의 눈에 띄었다. 무터는 카라얀에게 바흐의 샤콘느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두 악장을 들려주고 베를린 필의 솔리스트로 초청됐다. 이후 무터는 고전과 낭만, 동시대 음악을 오가며 개성있는 해석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며 무대를 누벼왔다. 3년 만에 한국에서 마주하는 그의 무대, 노련하면서도 매번 신선한 무대를 대하며 갖는 설렘은 관객의 것이다.
실력이 있기에 타고난 얼굴과 단련된 몸도 빛을 발하는 것은 소프라노인 안젤라 게오르규와 안나 네트렙코도 마찬가지. 더욱이 이들은 오페라 무대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이들의 등장과 활약은 목소리의 색깔을 캐스팅 기준으로 삼아온 오페라 무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애절한 사랑 끝에 죽어가는 여주인공은 뚱뚱해도 상관이 없었고 20대인 ‘리골레토’의 질다 역에 5, 60대 가수가 캐스팅되기도 했다. 그러나 게오르규나 네트렙코는 오페라 무대에서 무대를 울리는 것은 체격이 아니라 체력임을 보여줬고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가 극의 몰입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증명했다.
게오르규는 1994년 영국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한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을 통해 단숨에 무명에서 정상으로 뛰어올랐다. 영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베르디가 비올레타에 대해 남긴 메모 속 ‘젊음과 우아한 외모, 그리고 정열적인 노래’를 게오르규가 모두 갖춘 덕분이다.
게오르규가 2000년 영화 ‘토스카’에 출연하고 사운드 트랙이 인기를 끌었듯이 음반에서 영상으로 옮겨가는 오페라의 힘은 네트렙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트렙코는 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장편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성악가로 이름을 올렸다. 2005년 네트렙코가 출연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영상은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에 의해 사상 최초로 기내 영화로 서비스되기도 했다.
▶연주만큼 사랑도 뜨거웠다=‘여신’들의 사랑은 연주만큼 뜨겁고 화려했다. 안네 소피 무터의 사랑은 세상을 여러번 놀라게 했다. 1989년 27년 연상인 변호사 데틀레프 분덜리히와 결혼한 그녀는 6년 만에 남편과 사별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과의 사이에 두 명의 아이를 둔 그는 2002년 자신보다 서른 네살 많은 지휘자 겸 작곡가 앙드레 프레빈과 결혼했다. 오랜 예술적 동반자에서 부부로 발전한 39세의 무터와 73세의 프레빈의 사랑은 클레식계 최대 로맨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레빈은 무터의 이름을 딴 협주곡 ‘안네 소피’를 비롯해 무터를 위한 많은 곡들을 작곡하며 사랑의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4년 후인 2006년 결별했다.
안젤라 게오르규와 안나 네트렙코는 모두 성악가 남편을 뒀다. 차이라면 게오르규는 이혼했고 네트렙코는 여전한 사랑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 7월 네트렙코는 남편인 어윈 슈로트와 함께 내한할 예정이다. 우루과이 출신의 베이스-바리톤 어윈 슈로트와 2007년 후반 만난 네트렙코는 2008년 가을 건강한 아들을 출산하기도 했다.
당시 두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게오르규와 알라냐는 뉴욕시장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미미의 주검 앞에서 통곡하는 로돌포 대신 행복하게 웃는 신랑과 신부가 있었다. 두 사람이 첫 인연을 맺은 것도 무대 위. 92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공연된 ‘라 보엠’에서 로돌포와 미미 역을 맡으며 교감했다. 94년 알라냐의 첫 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알라냐는 배관공인 첫 남편과 이혼한 게오르규와 급속히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95년 5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서 연인 사이임을 공개하고 이듬해 결혼했다.
음악처럼 치열한 사랑을 나눈 이들이 기쁨과 아픔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는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