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고 마음에 안 들었다. 까만 표지에 빨간 관람차. 왠지 읽기 꺼려졌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마 분위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음울한 분위기가 풍기는 이 책이 나를 책 속으로 질주하도록 만들었다.
고급스런 주택가. 마주한 두 채의 집이 있다. 한쪽 집에는 엘리트 집안 다카하시 가족이 산다. 건너편 집 주인은 무능한 엔도 가족. 다카하시네 가족은 의사인 아버지, 우아한 어머니, 의대생 큰아들, 명문 사립학교를 다니는 딸, 외모마저 엄친아인 막내아들이다. 엔도 가족은 능력없는 아버지, 참고만 사는 어머니, 매일 엄마에게 악다구니를 써대는 딸이 살고 있다.
옆집 저택엔 수다쟁이 아줌마 사토코가 살고 있으며, 이집 저집을 다니며 흉을 보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아버지, 가해자는 어머니. 엔도 가족일 것 같지만 다카하시 집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야행관람차>(미나토 가나에, 비채, 2011)는 두 가족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어울리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가 시간대별로 진행된다. 단 36시간 안에 한 권의 소설이 완성된 것이다. 가족들의 시선을 따라 내면의 이야기와 외부의 상황 묘사가 그려진다. 작가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두 집안의 이야기와 옆집에 사는 수다쟁이 아줌마의 수다가 한 챕터씩 이루어져 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가족이라면. 상처다. 요즘 사회면에서나 볼수 있는 가족의 참극 뉴스가 종종 나온다. 극중 딸은 왜 그런 히스테리를 부리는 걸까? 단순히 사춘기는 아닌 듯한데.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빈부의 격차와 유명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아이들 가슴에 멍이 든다.
“원재료에 하자가 있다면 제품인 나한테도 하자가 나올 것 같지만 제품 하나에 하자가 있다면 그것만 불량품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p79
히바리가오카라는 관람차 안에 엔도 가족과 다카하시 가족, 그리고 사토코 아줌마가 타고 있다. 아름다운 주택가에 난데없는 살인사건이 일어나 이들 가족들 뿐만 아니라 고급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얼어붙게 만들어 버린다. 일본을 서울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인가 보다. 학벌과 집의 크기, 재력이 다인 세상이 아니다. 이들 가족들에게는 웃음이 없다. 책을 보는 내내 웃음코드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끝까지 누가 더 피해자인가를 알리려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피해자는 아버지가 아니고 가족 모두였다. <최은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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