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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계인이 꼭 존재해야 하는 이유
외계인은 과연 존재할까? 언젠가 지구를 침략하러 올까. 그때 인류는 지구 최후의 전쟁을 벌이다 외계인에 의해 멸망할까. 영화나 책이라면 흥미진진하게 보고 읽을 법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구 밖 우주는 더 이상 아름답지도 환상적이지도 않게 된다. 딱 여기까지다. 우리의 상상력은. 하지만 베르베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왜? 인류가 멸망하거나 지구가 사라져 버리는 날 광활한 우주는 ‘게임 오버’에 빠져들테니까. 우리의 실수를 만회해 줄 다른 어떤 존재도 없다는 것, 그래서 우주가 텅 비어 버린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끔찍한 일 아닌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정작 입에서 나오는 말은 “차나 한 잔 마시자”이다. 내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그는 제대로 알아차릴까. 그는 내게서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차 한 잔 마시자는 말을 혹시 곧이곧대로만 해석하지는 않을까. 보고 싶다는 뜻인 줄은 짐작조차 못 하지 않을까? 

베르베르는 내 생각과 상대방의 이해 사이에 무려 열 가지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귀띔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모두가 어긋남에 대한 가능성이라는 점. 그렇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머나 먼 거리가 생겨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까닭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베르베르의 처방전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저 시도하고 또 시도하라는 것,

어머니를 여인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는 모성애의 출발점도 알고 나면 서글퍼질지 모른다. 인간 본래의 숭고한 감정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군사적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주입된 것이란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서양의 부르주아 여성들은 자녀를 유모에게 맡겨 놓고 전혀 돌보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20세기 초가 되면서 각국의 정부는 깨닫기 시작한다. 모성애 관념을 활용해 자녀 양육에 신경을 쓰게 만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천재 작가’ ‘상상력의 대가’로 꼽히는 베르베르는 이 책에서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갖가지 분야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과학에서 문학, 인류학, 심리학, 신화, 연금술, 처세, 게임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재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무려 383편에 이른다.

세상을 먹고 소화하는 방식의 하나로 글을 쓴다는 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름 높다. 특히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내놓은 신작이 바로 <상상력 사전>. 인간과 세계에 대해 그만이 떠올릴 수 있는 독특한 영감과 해석은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시야를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한다.

그가 이미 발표한 작품의 씨앗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묘미다. 예를 들어 ‘개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에도 살아남았다’는 구절에서는 대표작 <개미>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고 ‘사랑을 검으로 삼고 유머를 방패로 삼으라’는 문구에서는 단편 <농담이 태어나는 곳>의 주제와 소재를 훔쳐볼 수 있다.

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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