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창을 열고 날씨를 확인한다. 아파트 단지 내의 나무들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생각해보면 자연은 언제나 인간에게 말을 건다. 인간은 자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떡갈나무 바라보기>(2002, 사계절출판사)란 생소한 제목의 책은 개미, 개, 벌, 나무, 물고기 등 자연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보여준다.
인간은 오감을 모두 활용하며 산다.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소리를 잘 듣고, 어떤 사람은 맛을 잘 본다. 그러나 동물들은 발달된 하나의 감각으로 생활하며 소통을 한다. 책에서 다룬 벌은 흥미롭다. 벌은 꽃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아내는 걸까. 꽃의 향기를 맡고 꽃에게 날아간다고 한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벌의 눈이다.
‘활짝 핀 꽃이 아닌 꽃봉오리는 벌의 세계에서 어두운 원의 형태로 보인다. 그렇지만 벌은 활짝 핀 꽃과 봉오리의 차이를 어렵지 않게 구별해 낸다. 벌의 세계에서 들판은 무수한 원이나 온갖 꽃의 형태로 가득해 보인다. 그 세계는 활짝 핀 꽃의 세계이거나 꽃봉오리의 세계이다.’ p. 22~23
무수한 원이 아니면 꽃의 형태로 보이다니, 정말 놀랍고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생각하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이처럼 모두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세계는 어떤 공간이며 어떻게 경험할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다. 공간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알 수 없다. 인간은 걷고 뛰고 손을 들어 공간을 확인하며, 때로 넘어지고 다친다. 그럴 때마다 인간의 몸은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을 한다.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반고리관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위험을 감지하며 자신의 안전을 지킬까.
‘개미는 모든 마디, 즉 다리 위뿐만 아니라 몸통과 머리 마디에 짧은 털이 있다. 개미가 몸을 쭉 뻗고 쉬는 자세로 다리를 내려놓더라도, 이 짧은 털들은 어떤 마디에 스치거나 놀라지 않는다. 그러나 개미가 다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털을 건드리게 되어 다리와 땅 사이게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게 된다. 또 배를 옆으로 돌리면, 개미는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조약돌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개미는 더듬이를 낮춰 더듬이의 털로 조약돌의 높이를 알아낸다.’ p. 36~ 37
인간에게 하루는 당연히 24시간이며 일주일은 7일이다. 그건 인간의 생각일 뿐 그 하루가 어떤 생물에게는 평생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 해본 적이 있는가. 삶의 전부가 단 하루뿐인 하루살이, 한 계절을 잠으로 보내는 곰, 그들에게 시간은 어떤 개념일까. 진드기의 삶을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어디서나 활동하는 듯 보이지만 진드기는 열기를 찾아서 활동한다고 한다. 때로는 죽은 듯 움직임이 없고 때로는 미친듯이 움직이는 것이다. 동물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와는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움직이는 동물들의 삶 안에 존재하는 시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우리는 사람의 사고에서 휠씬 더 멀리 벗어나야 한다. 밤과 낮을 잊고, 일주일과 일 년을 생각하지 않고, 또한 시침과 분침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간은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흐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p. 86
이제 떡갈나무를 좀 더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눈에 한 그루의 떡갈나무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무뿌리에 구멍을 파고 사는 여우에겐 집이 되고, 나뭇가지는 까마귀의 둥지가 된다. 떡갈나무엔 다양한 세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인간이 모르는 거대한 자연엔 무수한 생물들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척 재미있고 신선한 책이다. 자연을 돌아보며 모든 생명체의 경이로움에 감탄한다. 더불어 거대한 자연을 보호할 인간의 의무를 생각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 모든 생명체를 존중해야 하며 내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확인한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