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정의를 말하다,>(고재석, 미다스북스, 2011). 스무살이 정의를 말한다기에 글쓴이가 정말 20살인지 궁금해졌다. 답을 먼저 말하자면, 그는 스무살이 아니라 ‘05학번’인 이십대이다. 그는 대입 재수를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로 왔고, 2005년도에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공부라면 이미 질리도록 했을 것 같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주도 촌놈이 수험생 생활을 2년씩 이나 하고 대학에 들어왔을 때 가장 굶주렸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공부였다 (282쪽).’
공부에 대한 욕심을 수업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기에, 그는 과감히 강의실이 아닌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려 ‘분야별로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쌓아놓고 하나하나 읽어 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각 주제마다 읽어볼 만한 책들을 독자들에게 그렇게도 많이 추천해주고 싶었나보다. 그 덕분에 관심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잔뜩 추천받을 수 있는 독자들은 행복하다.
지난 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타블로에 대한 사건에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슈퍼스타K’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인문학을 독학했다고 밝히는 이십대 저자가 위의 현상들을 분석하기 위해 선택한 열쇳말들은 다음과 같다. 알리바이, 폭력, 거짓말, 콤플렉스, 정치, 달인, 버림, 민족, 아시아, 철인.
단어들만 보면 뭔가 거창하면서도 어려울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의 대학생들은 왜 갑자기 학교 야구잠바를 즐겨 입기 시작했는지, 메신저 프로그램 네이트온 대화명이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읽어보고 싶게끔 하는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저자의 고백이다. 대학교 시절, 총학생회장에 출마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자 자극적인 선거공약을 내놓고는 상대 후보도 그런 공약을 내놓았다고 대꾸했던 것이 가장 부끄러운 기억이라 고백한 것이다. 그는 그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러나 ‘세상에 진 경험’을 딛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치열하게 공부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떳떳하다는 의미란, 부끄러움이 없는 삶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용기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삶이란 걸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내가 자랑스럽다 (286쪽).”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가 아직은 쑥스럽게만 느껴지는 이십대의 독자들에게 권한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부끄러움을 용기 있게 내보일 수 있게 되어서 떳떳하고 자랑스럽다고. [시민기자 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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