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의 인물 군상을 떠올리게 하는 김정주의 장편소설 ‘그러나 설레는 걸’에는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서처럼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자칭 천재 시인, 돈 만드는 사내, 로또에 올인하며 사는 청년, 건강에 목숨 거는 맹인 할머니, 천의 얼굴로 사는 떡볶이집 아줌마, 발자국을 찾아다니는 남자, 자격증 따기에 청춘을 다 바친 남자, 환갑이 넘은 나이에 상상 연애에 빠진 모텔 여주인 등 그 면면도 다채롭다.
인물들은 하나의 독립된 폴더와도 같으나 다음 폴더와 은근슬쩍 연결되면서 마지막 폴더에선 살인사건으로 관계의 실선을 드러낸다. 마지막 폴더까지 읽고 나면 독자는 마치 여러 개의 작은 그림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의 퍼즐을 맞춘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시대 자본주의의 표상과도 같은 인물을 통해 저마다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레는 걸 ┃ 김정주 ┃ 케포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