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10년 공공부채가 좌우
인프라 구축등 지출 불가피
惡이라기보다는 관리 필요
지속가능한 성장만이 해법
세계적 석학 경제위기 진단
각국의 부채가 위험 수위다. 일본은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배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번 대지진으로 재정 파탄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대국 3위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의 공공 부채는 유럽연합 총 GDP의 절반을 넘는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염려도 커가고 있다.
‘세계의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더 나은 미래’(청림출판)’에서 세계의 미래 10년이 바로 국가 부채에 달려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는 지금 낭떠러지를 향해 가고 있다”며 그런데도 국가 부채에 관한 한 사람들은 이상한 낙관을 갖고 무언가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산더미 같은 부채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지적한다. 국가 부채는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 국가와 국민 모두를 파산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경고는 경각심을 불러올 만하다.
더욱이 과도한 국가 부채가 만들어내는 경제 문제의 최대 피해자는 사실 서민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물가를 비롯해 전세대란, 공공요금 인상 등이 여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우선 국가 채무가 야기하는 경제위기의 다양한 원인을 하나하나 따진다. 채권자의 신용과 기대감, 약속 이행에 관한 국가의 정치력, 경제성장률, 금리변동, 조세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채비율, 세금을 더 거둬들이고 공공지출을 줄이는 능력 여부 등이 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 부채 위기는 시장의 신뢰성 상실로도 올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8가지다. 금리인하, 인플레이션, 전쟁, 외부의 도움, 파산 등이다. 그 중 인플레이션은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실제 경제활동 창출에 사용되는 통화보다 훨씬 높은 가치의 통화로 공공 부채를 출자한다면 물가상승이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물가와 연동하는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부채의 가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저자가 진정한 해법으로 꼽은 것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다.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진정한 방법은 부의 성장이란 얘기다. 자산가치를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세계 금융시스템이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에 공공 투자를 해야 한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공공 투자의 세목을 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공공 부채를 악으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적절한 관리 쪽에 무게를 둔다. 이에 대한 대응책도 원칙적이다. 먼저 공공 부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 감추지 말고 여론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부채 문제를 사회 속으로 끌어들이라는 조언이다. 국가가 살아남는 길은 오직 시장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세계의 미래 10년이 공공 부채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공공 부채는 악이라기보다 불가피한 면모가 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한 적절한 관리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청림출판] |
둘째는 통제다. 공공 부채로 경상지출을 지원하거나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부채가 적절한 수준을 넘어설 때 초기 잉여금, 즉 부채 상환 이전의 흑자예산을 끌어내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할상환도 한 방법이다. 복원예산의 규모를 정해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둔 은퇴자금이나 환경파괴로 말미암은 지출을 지원하면 경제성장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 부채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세대가 치르게 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아무리 에너지, 교통, 건강, 교육 등 정당한 공공 부채라고 해도 너무 늘어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막대한 이자 비용 때문에 경쟁력 있는 곳에 투자할 자금은 줄어들고 오히려 금리만 높아져 예산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저자가 예측한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4단계 시나리오다.
이에 따르면 국가 부채의 과도한 축적으로 인한 유로와 달러의 추락 그리고 전 세계 경기침체와 아시아의 몰락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예외다. 중국은 저축과 산업의 방향을 국내 시장 쪽으로 전환하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방대한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유럽개발부흥은행 초대 총장까지 역임한 아탈리의 통찰과 고언, 특히 현 위기가 단순히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 위기임을 경고하며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점이 소중하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