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둘러싼 소소하면서도 클래식한 것들의 미감을 ‘남다른 눈’으로 사진에 담아온 구본창(58)이 개인전을 연다.
작가 구본창 |
그러나 사진만 쭈욱 내걸지 않고, 구본창의 작업실에 있던 작은 오브제들을 끌고나와 함께 전시했다. 이들 오브제는 그의 작업이 어떠한 컨텍스트에서 탄생됐는지 살피게 한다.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짜여졌다. 첫 섹션에는 작가가 유년 시절부터 모아온 여러 오브제들이 모였다. 청자항아리, 선풍기, 외국잡지, 그리고 어린 구본창을 사로잡았던 김찬삼 교수의 ‘세계무전여행기’ 등…. 지극히 내밀한 이 컬렉션은 구본창의 작업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해보게 하는 열쇠다. 또 커다란 테이블에는 각종 오브제가 프레임, 본, 박스로 분류돼 놓여졌다. 이 역시 구본창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것들이다.
수백개의 크고 작은 소소한 물건들이 널려 있는 그의 작업실은 르네상스 시대의 ‘호기심의 방(cabinet de curiosite)’을 방불케 한다. 구본창은 정서와 혼이 담긴 눈으로 이 사소한 삶의 편린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들에 ‘숨결’과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다.
두번째 섹션에선 아직 발표된 적이 없는 1980년대 작가의 독일 유학시절 작업과, 귀국 후 작업했던 일련의 작품이 모였다. 유학시절 여행을 하며 찍었던 스냅사진, 88서울올림픽 전후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이미지들은 프로젝션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프랑스 기메박물관의 조선의 탈을 찍은 구본창의 ‘MGM 07’ [사진제공=국제갤러리] |
전시를 큐레이팅한 김성원(서울산업대 교수) 씨는 “구본창의 수집품과 그가 찍은 다른 사람들의 컬렉션은 작가의 ‘숨겨진 눈’과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그의 ‘카메라의 눈’ 사이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감상자는 한 인간이자 작가이기도 한 구본창의 삶과 작업의 세련되고 정제된 조화, 지속적인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람들이 훌쩍 지나치기 십상인 낡고 소소한 소재들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일상에서 빛나는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아름답고 섬세하게 담아낸 구본창의 작품은 담담하고 조촐하지만 뭇사람의 마음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삶이란, 그리고 추억이란 이렇듯 아름다운 것이라 속삭이며. (02)735-8449
이영란 기자/ 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