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멜로디가 가득한 하늘에 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던 고(故) 이영훈 작곡가. 하늘로 떠나기 전 그가 세상에 남긴 아름다운 노래들은 한 편의 뮤지컬로 세상에 내려앉았다. 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넓고 깊은 무대 양 끝은 하얀 피아노 두 대가 열었다.
현재의 상훈은 이야기 콘서트를 구상하는 가수 지용과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더듬어간다. 유명 작곡가 상훈은 서점직원 여주의 목소리를 듣고 반한다. 그의 절친한 후배이자 운동권 학생인 현우 역시 여주를 사랑한다. 상훈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본다.
앞으로 기울어진 중앙 무대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무대 양쪽 공간을 활용했다. 이영훈의 숨결이 느껴지는 악보들은 배경이 됐고 그가 만든 노래는 그 자체로 이야기였다. 상훈과 현우, 그리고 여주가 엇갈리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흐를 때, 덕수궁 돌담길 위엔 악보가 뜨고 내리는 음표는 라일락 꽃잎처럼 흩날리는 감각적인 무대도 연출됐다.
커튼콜 때 3층 객석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다음달 10일까지 계속된다. 윤정현 기자/h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