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타임지에서는 네티즌으로 부터 ‘올해의 인물’을 추천받았다. 그 결과 줄리언 어산지(Julian Assange)가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올랐다. 줄리언 어산지가 누구지, 하고 의아해한 사람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이자 대표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여지리라. 2010년 전 세계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집권층의 부패를 인터넷으로 발표함으로 튀지니와 이집트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 집권층이 물러났고, 이 폭풍은 현재 리비아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인터넷 사이트가 이처럼 큰 영향을 발휘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위키리스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이와 아울러 줄리언 어산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궁금증이 일었다.
화제의 신간 <위키리크스>(21세기북스.2011)는 줄리언 어산지의 어린 시절의 모습에서부터 위키리크스의 탄생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다. 이 책은 독일 ‘슈피겔’지의 기자 두 명이 위키리크스의 폭로 활동에 함께 참여하면서 이 조직의 핵심인물들과 접촉한 결과를 수록한 내용이다.
위키리크스에서 위키(wiki)는 하와이 원주민 말로 ‘빨리’라는 뜻이고, 리크스(leaks)는 ‘누설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위키리크스는 자신의 이름처럼 얼마나 많은 정보를 누설했을까.
2010년4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찍한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다. 이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잔혹성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이어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된 야전일지 및 기밀문서 7만 6000건,이 공개된다. 그리고 10월에는 추악한 이라크 침략-학살전쟁의 실체가 담긴 39만 건의 문서를 공개된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2010년 말에 폭로된다. 그것은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 1000건이었다. 이 사건은 ‘외교의 911테러’라는 별명을 얻는다. 밝혀진 정보 가운데는 미국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이를 CIA에 넘겼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위키리크스가 이러한 극비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가 궁금해진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하는 극비정보는 그들이 해킹한 자료들과 내부 고발자들이 보내온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전쟁에 대한 기밀보고서와 외교전문은 브래들리 매닝에 의해 수집된 정보다. 브래들리 매닝은 미군 정보부대에 근무하면서 국가 컴퓨터 정보망를 통해 이러한 극비정보를 입수하여 위키리크스에 전달했다. 그는 현재 체포되어 현재 형무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면 줄리언 어산지는 안전한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인해 국가의 이익이 심하게 침해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허접해 보일정도로 조그마한 조직에 의해 그 치부가 낱낱이 공개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단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를 해결하려고 하나 이 일이 쉽지 않다.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언론 출판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앉아서 볼 수만은 없을 터. 일단 미국은 위키리크스의 자금줄을 막으려 한다.
위키리크스는 기부금으로 운영되기에 기부금이 모이는 금융 통로를 막으면 이들의 활동을 압박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위키리크스는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기에 인터넷 망을 끊으면 그들의 활동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서버와 위키리크스의 인터넷주소도 막아버린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를 돕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도움으로 말미암아 위키리크스도 줄리언 어산지도 현재 무사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 표지를 보면 줄리안 어산지의 얼굴이 나와 있고, 그의 입을 성조기로 막고 있다. 아마 이는 미국의 바램이리라. 그러나 이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일까? 이에 대해 줄리언 어산지는 일단 “정보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통제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정보는 감추고, 다른 나라의 정보는 입수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국가 예산의 많은 부분을 정보기관 운영에 투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와 개인의 이익이 상충하는 상태라면 어떤 이익이 우선할까. 어산지는 이런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들이 권력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의 해방전사’이자 ‘디지털 체게바라’로 추앙받고 있다. 그렇지만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를 ‘냉혹하고 지능적인 인터넷 해적’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줄리언 어산지는 호주 출신으로 37번이나 학교를 옮겼다고 할 만큼 방랑생활을 했다. 물론 자신이 좋아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그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학교의 권위에 복종하는 사람으로 자랄까봐 걱정하면서 키웠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줄리언 어산지는 아주 자유롭게 자랐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이렇게 살고 있다, 자신의 주 사무실도 없이 몇 개의 나라를 오가며 위키리크스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그를 만든 요소 가운데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깊이 빠진 컴퓨터 세계였다. 학교를 많이 옮겨 다니다 보니 친구들과의 유대관계보다는 컴퓨터가 그에게 있어 친한 친구였다. 그가 만난 컴퓨터의 세계에서 그는 해킹을 배우게 되고, 이 세계에서 유명한 인물로 성장한다. 이런 그가 2006년 말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을 꿈꾸며 위키리크스를 만든다.
위키리크스가 발표하는 정보들은 진실이지만 미국과 같은 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다. 정말 피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지만 위키리크스의 이러한 활동은 긍정적인 면도 많다. 이 책의 저자는 긍정적인 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국가기밀의 폭로가 정부와 그들이 하는 일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그것은 정치를 새롭게 조정하고 정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국가의 기밀 폭로는 민주주의를 오히려 더 강화시킨다.” (352쪽)
아마 이 책의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활동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를 기대하는 듯하다. 위키리크스는 과연 앞으로 어떤 정보를 추가로 폭로할지가 궁금해진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