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이별한다. 어제의 나와도 이별하고 가족과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짧은 이별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일상적인 이별이 반복되어 때로 이별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 이별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여기 이별을 치유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이별을 가장 안전하게 음미하는 방법은 책 읽기’란 부제의 <이별 리뷰>(2011,이봄)다.
저자가 택한 이별 치유법은 책이다. 이별 후 심리상태를 ‘실연-부정과 슬픔-분노-우울-애도’ 란 5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를 문학 작품으로 설명한다. 책 읽기를 통해 이별을 해석하고 위로하며 사랑을 말하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건 단순한 책 읽기를 떠나 책에서 만나지는 다양한 삶을 마주하고 이해하면서 사랑과 이별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32편의 소설이나 시는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으로 김동리의 <역마>, 이상의 <날개>, 김승옥 <무진기행>,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시작해 김애란의 <성탄특선>까지 다양하다. 그저 역사 소설이라 여겼던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과 여진의 강렬한 이별은 예상된 이별이지만 애절함으로 남는다. 박완서의 <그 여자 네 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어느 한 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며 어디에나 삶이 있듯 어디에나 사랑과 이별이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 생을 가장 많이 닮았고 가장 많이 투영한 소설 속에서 우리는 맘껏 사랑하고 처절하게 이별한다. 물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게 우리네 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과 고통을 소설 속에선 맘껏 발산할 수 있지 않은가. 아마도 그런 이유로 저자는 책 읽기를 선택한 게 아닐까 한다.
이별을 견디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누군가는 스스로를 학대하기도 할 것이다. 혹독하게 이별을 겪은 사람은 이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하게 이별을 껴안지 못했기에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잔인한 말이지만 이별이 진행 중인 사람이거나, 이별의 전조를 느끼고 있는 사람, 곧 누군가에게 이별을 통보할 사람이라면 더 좋을 책이다. 이런 구절들처럼 말이다.
‘사랑을 한다면, 그리고 이별을 했다면 당연히 미쳐야 한다. 우리가 사랑과 이별을 겪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어쩌면 미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약간은 미쳐서, 이별을 기억하지 않고, 다만 사랑만 더 아름답게 각색하면서 살아도 좋을 것이다.’ p. 92
그리하여 나의 이별이 가장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말한다. 소설 속 연인들의 이별과 사랑을 마주하며 이별에 대해 다시 한 번 학습한다. 그리고 제대로 이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수많은 이별이 사랑으로 다가가는 길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