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 저장법으로 인해 청어 무역의 주도권이 발트 해에서 네덜란드로 넘어갔다. 네덜란드는 유럽 각지에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청어를 팔아 막대한 이득을 보았다. 그 덕에 1648년, 유럽 최강대국이자 자신들을 지배하던 스페인 군대를 물리치고 독립하는 데 성공한다.-본문256p
이 책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시대의창,2011)은 전란 중에 처음 만들어졌거나 전쟁 이후 새로이 생긴 음식들을 소개한다. 책에서 다루는 음식들은 만두, 맥주, 환타, 커피, 라면 등으로 대개 의식하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흔한 것들이다. 이런 ‘평범함’ 뒤에 감추어져 있던 음식들의 ‘개인사’를 풀어낸다. 특히 아편전쟁을 통해 중국인이 만든 탕수육은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고심 끝에 중국인들은 영국인들 입맛에 맞고 서툰 젓가락지로도 잘 집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탕수육을 대접받은 영국인들은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입에 쩍쩍 달라붙는 기막힌 맛도 맛이려니와 무엇보다 힘들게 젓가락질을 하지 않고 포크를 쓰듯 그냥 대충 찍기만 해도 쉽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본문302p
중국 청나라의 차와 도자기, 비단을 광적으로 좋아한 영국인들은 매년 막대한 양의 은을 쏟아붓고 사갔다. 이런 무역 적자를 줄이려고 영국은 청나라에 아편을 팔기 시작한다. 중국인들이 아편에 의해 중독되는 실상을 경험하며 청나라는 뒤늦게 영국과 무역중단을 선언한다. 하지만 결국 아편전쟁이 발발하고, 결과는 영국의 승리가 되었다. 무역시장이 개방되며 영국인들이 중국에 붐볐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탕수육이다.
처절하고 슬픈 전쟁의 역사 속에서 굴욕적이지만 새로운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전쟁은 많은 희생이 있기도 하지만 문화의 전파와 창조의 긍정적 측면도 있다. 음식 속에 숨겨진 배경을 알려주는 정보가 담긴 책이다. [김지숙 시민기자, arkj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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