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어 나선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
‘심청’으로 3년간 40개 도시 순회공연사라져가는 클래식 발레 명성 되찾길
“체형과 기본기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발레 콩쿠르에 나가 수상하는 한국 무용수들도 늘고 있죠. 유니버설발레단이 ‘한국 발레’를 통해 클래식 공연계 한류 열풍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훈숙(48)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다음달 대만 공연으로 2013년까지 예정된 월드 투어의 막을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다음달 5일부터 10일까지 대만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발레 스타 갈라(International Ballet Star Gala)’에 초청받았다. 대만 최고의 발레 축제로, 영국로열발레와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 네덜란드국립발레단 등의 스타들이 무대에 서는 축제에 유니버설발레단은 ‘심청’을 올린다. 이어 5월과 7월 싱가포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벤쿠버에서 잇따라 ‘심청’을 공연하고 9월엔 일본에서 ‘지젤’, 11월엔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으로 다시 ‘심청’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84년 이후부터 꾸준히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무대에 서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작하는 월드 투어에는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지금까지의 해외 공연이 유니버설발레단의 존재를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사라져가는 클래식 발레의 자존심과 명성을 되살리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해외 투어의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투어 인원은 최소한 70명, 150벌의 무대의상과 총 3막의 무대세트를 수용할 40피트 대형 컨테이너 2대가 옮겨다녀야 한다. 여기에 공연을 위해서는 무대사이즈 16m(가로)x15m(깊이)x8m(높이)의 대극장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해외 초청자가 현지의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해도 3년간 40여개 지역을 투어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100억원에 이른다.
문 단장은 “가수 김장훈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자비를 들여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하고, 독도 콘서트도 열었다”며 “왜 하냐는 질문에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문 단장 역시 일종의 사명감으로, 위축돼 가는 클래식 발레의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 단장은 “해마다 주어지는 예산의 일부를 쪼개 보태고 정부 기금을 신청하고, 응원해 주는 기업의 협찬을 받아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레리나로 세계 무대에 설 당시 목에서 팔까지의 선이 예뻐 가장 아름다운 ‘지젤’로 꼽히기도 했던 문훈숙 단장은 이제 ‘천상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예천미지(藝天美地)’의 뜻을 품고 세계로 향한다.
윤정현 기자/ h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