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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와 두려움이 생생한 소설
문학의 역할은 이런 것...지루할 틈 없어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페루 태생의 바르가스 요사의 <염소의 축제>(2010,문학동네)엔 기대가 컸다. 동시에 헤르타 뮐러나, 도리스 레싱처럼 힘겨운 소설일까 두려움도 있었다.


열네 살에 ‘도미니카’ 공화국을 떠난 후 35년 동안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산 주인공 우라니아가 병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고향에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우라니아가 들려주는 1996년 현재 시선과 독재자 트루히요가 정권을 잡던 과거 시절, 그리고 그를 암살을 시행하던 날(1961년 5월 30일)의 시선으로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준다. 우라니아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친척에게 들려주고, 나머지 두 개의 시선은 과거에 머무르는 흥미로운 흐름이다.


소설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세 개의 이야기는 모두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과연 서사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주인공 우라니아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궁금증이 제일 크다. 트루히요 측근으로 고위 간부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독재자의 미움을 받게 되었는지, 우라니아가 왜 아버지를 증오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진실은 사라지고 아부와 아첨이 가득했던 시절, 언제 독재자의 눈 밖에 날까 두려운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반면, 독재자를 암살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암살이 성공한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1인자만 죽었을 뿐 사람들에게 공포는 습관이다. 도미니카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서사는 탄탄했다. 염소로 불리던 트루히요가 벌이는 축제에 대한 묘사는 생생했다. 해서, 더 잔혹하게 다가온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의 오만과 성에 대한 혐오스러운 집착은 너무도 끔찍했다.


독재자의 힘은 강했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다. 역사 속 잔인한 독재자들의 이름이 떠오른 건 자명한 일이다.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있는 자체가 중요했다. 우라니아가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이유도 그러하리라.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해야 했고, 공부해야 했고, 아버지와 고향, 조국을 잊어야만 했다. 그러나 잊혀질리 없었다. 35년이란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손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자신을 남에게 맡긴 채 눈만 뜨고 살아남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독재자에게 딸을 바친 아버지를 그만 용서하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과거는 잊고 현재의 성공한 삶을 누리며 살라고 할 수 있는가.


“자신 있게 말하지만, 날 부러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 오히려 난 너희들이 부러워. 그래, 그래. 나도 알아. 고모와 너희들도 문제가 있고, 힘든 시기를 보냈고, 실망하고 절망하기도 했어. 그러나 가족이 있고 남편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친척도 있고 조국도 있어. 그런 게 바로 인생이겠지. 하지만 아빠와 총통은 나를 볼모지로 만들었어.” p. 365 - 2권


우라니아에게 사촌들과 고모들이 누렸던 인생은 없었던 것이다. 한 여자의 인생은 열네 살에 머물러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라니아는 도미니카 공화국를 비롯한 독재 정치의 희생양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권력의 횡포의 대상은 언제나 약자와 여성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도미니카 공화국 를 검색했을 것이다.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한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서의 그 도미니카 공화국이 분명한데, 전혀 다른 느낌이다. 공포와 두려움이 공기처럼 흐르는 사회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그들의 만행을 알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일, 문학이 해야 할 일은 아닐까. [서유경 시민기자]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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