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풍경>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유리병은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모호하다. 유리병 안에는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유혹의 몸짓을 한다. 하지만 형형색색의 장미꽃은 확연히 온전한 것과 일그러진 것으로 구분된다. 유리병 밖으로 삐죽히 꽃망울을 드러내 장미꽃은 물방울마저 섬세하다. 온전한 그 모습은 실제 장미꽃이라 여길만 하게 사실적이다. 극사실주의 작가 답게 최경문은 유리병 안에 갇힌 장미꽃마저 보이는 그대로 표현한다. 그래서 유리병 안에 갇힌 장미꽃은 굴절된 탓에 이그러진 모습이다.
작가는 이외에도 과시와 허영의 상징 향수(샤넬, 아르마니 등등)와 시계, 패션모델 등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결국은 유한할 수 뿐이 없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매혹적인 장미는 보기엔 아름답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만다. 향수는 이성을 매혹시키는 치명적인 유혹의 무기를 갖고 있지만 그 향기 역시 오래가진 못한다. 작가는 이렇듯 유한한 것과의 입맞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덧없음을 말한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린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